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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페스카마호 사형수에게 선처를"

AI, 사형집행 중단 및 사형제 공개 논의 촉구


국제앰네스티(AI)는 김영삼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13일자 서한을 통해 "페스카마호 살인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조선족 선원 6명의 형량을 감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AI는 "이들의 죄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며,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한다"면서 "사형제도가 본질적으로 부당한 형벌인만큼 이들에게 내려진 사형선고를 감해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동시에 "조선족 선원들은 배 위에서 심한 폭행과 협박을 당했는데, 이러한 상황이 참작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재천(38) 씨 등 조선족 선원 6명은 지난해 8월 페스카마호 선원 11명을 집단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전원 사형을 선고받았다. 96년 12월 24일 부산지방법원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선장으로부터 구타와 모멸을 당하는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범행수법의 잔혹성과 피해규모 등을 감안해 사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오는 26일 부산지법에서는 이들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이 열리게 된다.

한편, AI는 페스카마호 사건 외에도 95년 강주영 양 살해 사건, 최근 파키스탄인 사건 등을 지적하면서,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며, 인간의 근원적 권리인 생명권을 침해하는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는 "사형은 실수가 발생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사형선고를 줄이거나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면서까지 한국정부가 사형제도를 유지해야 할 불가피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AI는 "한국에서 사형이 주기적으로 집행되고 있는데, 사형수와 그 가족들은 언제 사형집행이 이뤄지는지 알지 못한다"며 "그러한 방식이 지속되는 합당한 이유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AI는 이어 한국정부에 △사형집행의 중단 △이미 사형을 선고받은 자들에 대한 감형 △사형제도에 관한 공개적 논의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