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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수사권과 정보수집권 분리해야

안기부 개혁방안 국제심포지움 열려


7일 서초 변호사회관에서는 안기부법 개악철회와 민주적 개정을 위한 국제심포지움이 범국민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이번 국제심포지움은 지난해 날치기된 안기부법으로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및 10조(불고지죄)에 대한 수사권을 안기부가 갖게 되었다는 현 사안의 문제점 외에도 안기부를 비롯한 공안정보기구에 대한 문제점과 개혁방안을 전체적으로 짚어보는 자리였다.

심포지움은 미국·독일 공안정보기구의 사례와 이에 대항하는 시민투쟁을 비롯해 국내 안기부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진행된 뒤, '안기부법 개악철회와 민주적 개정을 위한 투쟁방안은 무엇인가'의 부분으로 진전되었다.

곽노현(방송대 법학) 교수는 우선적으로 안기부의 집중된 권한을 대폭 분산시킬 것을 제안했다. 이는 안기부의 정보수집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것인데, 미국의 경우 FBI가 국내정보를 담당하고 CIA가 해외정보를 담당하듯이 우리도 정보수집권에 있어 국내외 부분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곽 교수는 "당면 목표로는 국가보안법 7조에 대한 정보수집권을 검찰로 이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마르틴 쿳차(독일, 공안정보기구 관련법전문가) 교수는 "장기간 분단상황을 겪은 독일과 한국은 많은 공통점이 있다"며 "5, 60년대 독일에서도 고무·찬양죄에 의한 처벌이 있었고,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였다"고 말했다.


안기부법 3조 문제제기

장주영 변호사와 윤기원 변호사는 안기부직원이 직권남용죄로 형사처벌된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이는 "안기부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가 안기부의 직무에 속하기 때문"(안기부법 3조)이라고 문제제기했다. 권오을(민주당) 의원도 "안기부의 직권남용죄 처벌에 있어서도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보법 개혁의 걸림돌

또한 많은 참석자들은 안기부 개혁과 관련해 국가보안법문제를 지적했다. 임재홍(민주법연) 연구위원은 "국보법은 제반악법의 개폐 논의에 있어 걸림돌"이라며 국보법 폐지를 주장했다. 김순태(방송대 법학) 교수도 '국보법과 반공이데올로기'로 인해 안기부 개혁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안기부법 폐지문제만을 전담하는 기구가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언론 견제필요

안기부법 개혁과 관련한 언론의 문제점도 중요하게 제기되었다. 이원섭(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안기부법 개악은 사회적 문제로, 남북분단과 이를 부추기는 언론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기부법 개악에 있어 안기부측이 언론에 대대적인 로비를 벌였다며, 언론에 대한 통제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을 견제하기 위한 항의전화걸기·항의방문 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FBI의 정치사찰에 문제를 제기해 승소한 경험을 가진 「억압입법반대국민위원회」 킷 게이지(워싱톤 대표) 씨는 "언론을 개방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 문제에 있어 핵심사안"이라고 보았다. 그녀는 안기부의 개혁문제에 있어 원칙적인 접근보다는 김형찬 씨 사건과 같이 구체적 사례로 접근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충고했다. 또한 "비판은 평화로운 나라를 만든다"며 의사·표현의 자유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안기부를 개혁한다는 것은 장기적 싸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곽노현 교수는 안기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안기부의 과거불법비행에 대한 진상규명과 문책 및 기타 과거청산작업을 수행하는 일 이를 바탕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각종 민주적 법제개혁을 이뤄내는 일 이른바 '북풍한파'가 몰아치지 않도록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평화구조를 정착시키는 일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또한 이번 심포지움을 계기로 공안정보기구 개혁을 위한 본격적이고 종합적인 이론적 연구와 실천적 운동을 벌여나가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