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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사상』 (96년 겨울호) '특집' 동아시아의 성장과 인권

세계적인 담론으로서의 인권

인권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논쟁은 오래 전부터 거론되어왔던 전통적인 쟁점중의 하나이다.

인권운동가들은 인권의 보편성을 주장하면서도 그 안에 깔려있는 서구적인 인권개념에 대한 반사적인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다. 인권은 서구적인 개념이고 제도라는 통념과 냉전종식 후 미국이 동구권이나 중국같은 비서구 국가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권운동가들이 인권의 특수성을 주장할 경우, 인권을 억압하는 아시아국가들의 논리에 말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 때문에 적극적인 주장을 할 수 없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은 인권이란 '그 나라의 지역 . 역사 . 문화적 산물' 이라는 주장 속에 인권의 보편성을 무시하고 개발독재라는 미명으로 시민 . 정치적 권리를 유보한 채 자국의 인권상황을 거론하면 내정간섭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렇듯 인권의 보편성과 특수성이란 주제가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사회과학원이 발행한 <계간 사상> 1996 겨울호 특집은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인권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논쟁이 양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서로 보완할 수 있음을 제기하고 있다.

[인권 논의에 있어서 왜 동아시아가 중요한가] 라는 논문을 통해 한상진 교수는 "인권 개념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서양의 인권 개념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 그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서양과는 다른 눈으로 인권을 바라보는 풍부한 문화적 전통이 동양에 있다는 자의식이 동양 지식인들 사이에 펴져 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교수는 한 예로 서구 중심의 인권 개념이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주축으로 발전한 것이라면, 동양에는 인간을 사회적 관계 안에서의 삶으로 이해하는 공동체적인 가치가 아직까지 존재하고 이 개념이 개인 중심적인 서구 인권 개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 교수를 비롯하여 이 책의 많은 저자들은 서구 중심의 인권 담론의 일면성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새롭고 풍부한 문화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방법론으로 '다문화주의(muticulturalism)'를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은 총 22편의 글이 실려 있고 크게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아시아의 가치를 둘러싼 이론적 논쟁을 다루었고 2부는 불교, 유교, 이슬람 등 동양 내부 문화에서 인권 신장에 긍적적인 요소를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가를 탐색하는 글로 꾸며졌으며 3, 4, 5부는 아시아에서의 여성, 사법제도, 민주화 문제를 소개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남는 문제, 어떻게 인권운동을 해야 하나? 인권운동의 보편성과 진보성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얼마 전 자료를 정리하면서 읽게 된 신문기사 한 귀퉁이에 실린 글을 인용하면서 약간의 실마리를 찾는다.

"인권은 개인의 참다운 자아 인식 속에서 출발한다(한겨레 94.5.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