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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영장실질심사제 1개월 평가

피해자보호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인신구속제도의 개혁을 몰고 온 구속영장실질심사제도가 실시 된지 1개월이 지났다. 인권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 일각에서는 체포영장 발부요건의 완화 등을 비롯해 수사상에 따른 어려움과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박은정)는 새로운 인신구속제도가 정착·보완되기 위해 <인신구속제도 개선 평가토론회>를 마련했다. 발제를 중심으로 토론회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구속영장실질심사제도의 과제와 전망 (하태훈 홍익대 교수)

구속영장 실질심사제가 시행된 지난 한 달의 통계를 보면 가히 사법사상 혁명적인 사건으로 불리울 만큼 변화의 물결이 시작되었다. 법에 규정된 구속사유인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영장발부의 결정적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법원이 1월 한 달간 집계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영장발부율이 예년의 90.3%에서 88..4%로 낮아졌으며, 이는 구속 영장청구 건수가 95년 1천2백30건, 96년 1천57건에서 5백23건으로 절반정도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구속영장 실질심사로 인해 구속영장발부가 엄격해졌음을 알 수 있다.


구속사유 구체적 제시필요

피의자심문에 의한 영장발부 여부의 결정이 도식적인 판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구속사유의 기재가 불충분하고 구체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사기관은 신병확보를 통해 자백을 획득하려는 수사관행에서 탈피하여 과학적 수사기법을 대처하거나 개정형사소송법이 인정하는 체포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법원은 수사기관과 국민의 사법정의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 구속 또는 불구속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구속인정 또는 불구속 결정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밖에도 법정 구속사유인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를 판단하는데 참작할 긍정적 및 부정적 요소를 유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야간에도 심사를

대법원 예규에 의하면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피의자심문이 결정된 경우에는 오전에 접수된 사건은 오후2시, 오후2시까지 접수된 사건은 오후4시, 그 이후에 접수된 사건은 다음날 오전 10시로 심문기일을 지정한다. 그렇다면 오후2시 이후 영장이 접수된 피의자에 대하여 다음날 심문이 이뤄지는 것은 피의자에 대한 체포기간이 불필요하게 연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야간에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행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영장실질심사제 한 달간의 분석과 평가 (김칠준 변호사)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영장실질심사제 등 인신구속의 신중을 기하기 위한 제도들이 시행되어 구속수사의 관행이 무너지고 있다. 수사기관의 영장청구 건수가 전에 비해 1/3으로 줄어든데다 영장기각률은 오히려 3배 높아졌다. 인신구속제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이를 통해 인권보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영장실질심사제가 뿌리내리도록 법조계와 시민들이 함께 노력함으로 우리나라의 인권수준을 한 단계 높여 나가야 한다. 아울러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긴급체포 남용우려

개정법이 시행된 후 수사기관은 체포영장을 활용하기 보다는 긴급체포를 활용하는 경향이 많아서 긴급체포가 남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 입법론으로 긴급체포이후 법원의 사후체포영장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검사가 사후심사를 철저히 함으로써 경찰에 의한 긴급체포의 남용을 통제하거나 법원이 나중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긴급체포의 요건을 엄격하게 심사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국 법원의 지난 1개월간 통계에 따르면, 현행범으로 체포된 경우가 24.8%를 차지했다. 체포후 철야조사의 문제점이 지적된다. 이는 앞으로 체포된 때로부터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철야조사가 더욱 빈번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철야조사는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종의 고문수사이며 불리한 진술거부권의 침해로도 볼 수 있다.


피해자 가족도 심사과정에 참여필요

현재 영장심사를 위한 피의자 심문의 과정에 피의자의 가족이 참여하는 비율이 매우 높고 변호인의 참여율도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다만 피해자가 참석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구체적으로 피의자의 가족이나 피해자가 영장심사 과정에서 어떻게 참여할지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일반인게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부분에 변호사들이나 당직변호사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제기된 문제점들

법감정의 문제: 원칙적으로 불구속 재판이후 단기 실형을 활용하는 것에 찬성한다. 그러나 과연 법원이 실형선고를 쉽게 할 수 있느냐. 그리고 실형선고를 받는 경우 누범이 되고 국가공무원법상의 제재 등 각종의 제재도 받게된다는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서 단기 실형이외에 다액의 벌금형이나 사회봉사명령 등 다양한 형태의 형을 선고해야 할 것이고, 실현전과자에 대하여 집행유예 결격사유를 삼는 규정이나 누범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수사의 어려움: 불구속 송치사건에서 검사가 출두요청에도 출석을 기피하고 있다. 특히 뇌물사건이나 조직폭력사건등 장기간의 수사가 불가피한 사건의 수사가 어렵게 되었다.

영장실질심사에 따른 수사기관의 업무량 증가와 수사인력의 부족: 수사인원의 충원 등 제도상 보완이 필요하다. 이는 실질심사제의 제도적 의의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사기관에 대한 구속실적 독려가 없어져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