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수사기관 영장없이, 통신활동 추적가능

통신비밀보호법 등, ‘통신비밀 침해’ 위헌소송

법원의 영장없이 수사기관이 인터넷 이용자가 어디서 누구와 언제 어떤 아이디로 통신하는지 등의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및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지난 22일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수원지검으로부터 ㄱ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특정 게시물을 올린 사람의 접속위치(IP)를 제공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는 지난 해 12월 29일 개정돼 올 3월 29일부터 시행 중인 통신비밀보호법의 ‘통신사실확인자료’ 관련 조항들(제13조와 관련 시행령 제3조)에 따른 것이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과 시행령은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전기통신일시, 발․착신한 상대방의 번호, 사용도수, 가입자의 인터넷 로그기록, 위치추적, 접속지 추적 등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같은 자료 제공 요청은 법원의 영장 없이 관할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승인만 있으면 가능케 했고, 긴급한 때는 자료 요청 후 사후에 검사장의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정보수사기관의 장은 단독으로 통신사실확인 자료제공을 요청할 수도 있다.(법 제13조)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실장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수사기관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가입자의 통신활동 자료를 요청하는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9일 마포경찰서장은 중부발전과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의 ‘복귀신고센터’에 접속한 이용자의 접속로그일체, 사번, 주민번호, 연락처, 접속 IP, 접속시간 등과 전 직원의 한국전력 메일계정 일체에 관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용자의 성명․주민번호․주소․가입 또는 해지일자에 관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게 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3항에 따른 것이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하에서는 이보다 통신비밀의 침해 범위가 더 넓어진다.

이에 대해 이은우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내지는 핸드폰 이용자의 신원 및 이동경로와 활동의 궤적들을 감시할 수 있게 돼, 헌법이 보장하는 통신의 비밀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는다”라고 규정하며, 헌법재판소 판례(헌재 2001. 3. 21 선고 2000헌바25)에 따르면 헌법에서 보호하는 통신의 비밀에는 통신의 내용 뿐 아니라 통신을 했는지 여부, 누구와 통신을 했는지, 회수, 시간, 장소 등 일체의 것이 포함된다.

이에 27일 진보네트워크센터와 발전산업노조는 각각 통신비밀보호법 및 시행령의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28일 성명을 내 “영장없는 IP추적과 위치 추적은 국가권력이 국민에 대해 자행하고 있는 감시이며 통신 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등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의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번 헌법소원을 대리한 이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국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통신비밀을 침해하는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이 보다 확산되기”를 기대했다. 또 이 변호사는 “통신비밀은 엄격한 요건 하에 최소한 법원의 영장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