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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보법전력자 ‘출국자유 제한’ 법정 공방

재판부, 출국목적 증명하는 AI 초청장 무시


안기부의 신원조회를 빌미로 여권발급이 늦어 피해를 입었다며 화가 홍성담(41) 씨가 제기한 “출국의 자유 침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홍성담 씨는 지난 8월 국제 앰네스티(AI)의 초청으로 영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안기부가 신원조회를 이유로 여권발급을 한달이 넘도록 지연시켜 출국하지 못하여, 8월 12일 영국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발에서 열린 그의 전시회와 스코트랜드 글래스고우시의 환영행사에 참석하지 못하였다. 홍성담 씨의 여권은 행사가 다 끝난 8월 20일에야 발급되었다.


행사 끝난 뒤 여권발급

이번 사건의 원고측 대리인인 안상운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는 이유로 해외여행의 자유를 박탈당할 근거는 없다”며, 안기부의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이라는 직무(국가안전기획부법 제3조 제1항 제5호)가 과연 국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여행의 자유를 침해해도 좋은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출·입국 목적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신원조회를 빙자해서 고의로 기간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검찰청 공무부(공익법무관 김성수)측은 “원고의 경우 89년 국가보안법 상 고무․찬양죄로 구속되어 유죄 선고를 받은 전력자이기 때문에 여권발급시 안기부의 신원조사는 당연하다. 이같은 신원특이자에 대해 신원조사기관이 최소한 경찰청과 안기부 두 곳 모두일 수 밖에 없으므로 60일 이내 신원조사결과를 통보한 것은 위법이 아니다”고 주장하였다. 덧붙여 여권발급신청서등에는 신청인의 출국예정시기를 기재하지 않았기에 그 시기를 알 수도 없으며 굳이 알 필요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신원특이자 신원조사 60일

한편, 홍 씨측이 영국에서 받은 공식 초청장과 서신, 영국 현지 언론보도 등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지법 민사42부(민사합의 42부 부장판사 정은환)는 출입국의 목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즉, AI의 초청장이나 글래스고우 시의회의 서신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과연 공식초청 의사를 무엇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AI의 동아시아 담당자 클레어 맥베이 씨는 재판부의 처사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AI가 홍 씨를 공식초청했음을 재확인하는 AI 사무총장 명의의 서한을 17일자로 보내왔다.

재판은 20일(금) 오전 10시 서울지법 민사법원 562호에서 속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