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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루스벨트상 수상 낯 뜨거워

김 대통령 집권 4년, 장애인 정책 오히려 후퇴


지난 15일 김영삼 대통령의 '루스벨트 국제 장애인 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장애인 단체들은 낯 뜨겁다는 반응에서부터 황당하다는 반응에 이르기까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대통령 집권 4년 동안의 장애인 정책을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겐 이번 루스벨트상 수상이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이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의 장애인 관련 통계들은 이러한 의혹의 시선을 뒷받침하고 있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김영삼 정부의 장애인 복지정책은 제자리 걸음도 아닌 몇발짝 후퇴한 모습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정책추진 의지를 반영하는 예산 편성의 경우, 장애인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몇 년간 0.13%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2년 전체 33조의 국가예산 중 40억을 차지하던 장애인 복지 예산이 3년이 지난 95년엔 50조의 국가예산 중 64억을 차지하면서 4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기부 예산이 91년 969억에서 93년 2333억에 이르기까지 평균 20% 씩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제자리가 아니라 후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예산 편성이다.

또한 장애인 관련 핵심 문제라 할 수 있는 고용문제에 있어서도 정부는 4년간 별다른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 스스로가 최소한의 법 규정마저 지키지 않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2%로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장애인 고용율은 92년의 0.66%에서 94년에는 0.78%에 그치고 있다.

정부의 상황이 이러한데 사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역시 장애인을 2% 이상 의무고용해야 하는 3백인 이상 사업체에서 92년 이후 4년간 장애인 고용율은 0.4% 수준에서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심지어 95년의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은 개악이라는 비난마저 듣고 있다. 재계의 입장을 반영한 연계고용제를 도입함으로써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더욱 격리시키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밖에도 각종 법령의 개정 또는 제정 문제도 장애인 복지 향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장애인과 장애인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장애인복지법의 개정과 편의시설법의 제정 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될 전망은 불투명하고, 편의시설법은 올 가을에야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국가원수가 국제적 권위의 상을 수상했는데도 낯뜨거워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