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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정부, 집시법 허가제로 개악 움직임

연세대 사태 계기 보수회귀 역력


한총련 사태를 계기로 과거로 회귀하려는 김영삼 정권의 보수극우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극우논리가 판을 치는 현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 오랜 민주화 투쟁을 통해 얻어낸 민주적 기본권마저 도로 빼앗으려는 시도가 버젓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22일 정부는 현행 신고제로 되어 있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실질적인 허가제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89년 개정된 현행 집시법은 신고제를 주 내용으로 하면서 집회.시위의 제한 범위를 대폭 완화했으며, 불법집회라 할지라도 단순 참가자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등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어느 정도 보장한 법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자의적으로 집회와 시위를 금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해 미완성의 법률이라는 비판과 지적을 받아 왔다.

또한 최근에는 항의방문자까지 연행하고, 가면 등 시위용품을 문제삼아 집회를 불허하는 등 현행 집시법을 빙자한 권리 침해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허가제로의 개악 방침은 그나마 존재하던 표현의 자유 영역을 더욱 축소, 침해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89년 집시법 개정이 법원의 위헌심판 제청을 배경으로 이루어졌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정부의 방침은 헌법정신까지 위반한 것으로써 위헌 시비를 불러올 소지를 안고 있다.

물론 정부는 허가제라는 표현 대신 ‘집회장소 사용시 시설주의 승낙서 의무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이 규정의 적용이 모든 집회와 시위의 실질적 허가제로 기능할 것이란 점은 명약관화하다. 동시에 그동안 대학 내의 집회가 관례적으로 신고 없이 진행되어 왔지만, 법 개정을 통해 학내 집회마저도 허가제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해 차병직 변호사는 “학생자치를 학문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영역으로 볼 때, 학생자치 활동의 하나인 학내 집회마저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총련 사태를 통해 정부는 보수극우의 논리를 하나 둘 관철시켜 나가려 하고 있다. 5공정권의 학원탄압에 버금가는 학원자치말살과 학원내 자유로운 사상활동의 금지는 물론, 4.19를 연상케 하는 경찰총수의 ‘시위대에 발포’ 방침을 통해 정부는 과거로의 회귀를 선언하고 나섰다. 또한 냉전논리를 부활시키는 방위비 증액 발표와 지긋지긋한 반공교육의 복권을 꿈꾸는 ‘대통령의 이념교육 지시’ 등은 극단적 보수화로 나가는 현 정권의 입장을 여지없이 드러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