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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양심수 석방을 위한 캠페인-유명인사들의 5시간 감옥생활


젊은 간수 4명은 푸른 수의를 입고 몸부림치는 수감자 7명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 1평도 안되는 감방에 차례차례 쳐넣고 있다.

책상으로 엉성하게 만든 바리케이트를 너머로 보라색 머릿수건을 두른 20여 명의 민가협 어머니들이 ‘왜 내 아들에게 그런 짓을 하느냐’며 큰 소리를 쳤다.

얼핏보면 한 교도소 앞에서 자주 본 전경 같지만 이들 모두는 각본에 따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수 가족들 눈시울 붉혀

이 행사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상임대표 정양엽, 민가협) 등 14개의 인권·사회단체들이 공동 주최하는 ’96 양심수 석방을 위한 캠페인 중에 하나인 ‘하루감옥 체험’으로 황상익(서울대 의대) 교수와 안도현(시인) 씨등 7명의 인사들이 참여해 5시간 동안 감옥 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삼척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일가족이 모두 간첩혐의를 받고 5년간 감옥살이를 하다 석방된 김순자(54) 씨는 “동생과 당숙이 무기형을 받아 18년째 감옥에 갇혀 있다”며 “연극이라 해도 그때 싸우던 감정이 살아나서 나도 모르게 학생들이 진짜 간수인줄 알고 멱살을 잡았다니까”라며 웃었다.

유정식(일본 유학생 간첩사건, 안동교도소 수감) 씨의 누나 유임순(64) 씨는 “간수들이 포승줄로 손과 발을 묶어서 감방에 내던지는 것을 보니까, 내 동생도 저렇게 당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열심히 땀을 흘리며 양심수 석방 행사에 참가하면서도 이들은 올해 양심수 특별사면은 힘들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있는 희망은 쉽게 버리지 못하겠다’며 화려한 명동거리를 지나는 젊은이들에게 좀더 실감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더욱 애처로왔다.


이장호 감독.천정배 변호사 등 참가

이러한 행사에 처음 참가했다는 이장호(52) 감독은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격동의 세월을 보냈는데, 나는 그 현장에 동참하지 못한 죄갚음을 위해 행사 참가요청에 선뜻 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화인으로서 양심수 석방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해 봤다”며 다음 영화작품을 기대해 보라고 말했다.

또한 천정배 국회의원은 “잠깐이지만 교도관들에게 모욕적인 대우와 동물 우리와 다름없는 감옥에 있으면서, 형벌에 대해 생각했다”며 “이러한 교도소 환경이 고쳐지지 않는 한 교도소는 재범을 양산하는 곳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살인을 저질러 무기형을 선고받은 사람들도 보통 15년이면 출소한다면서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20년, 30년을 이러한 동물적인 환경에 방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