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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재판부가 무죄 인정한 셈”

범민련 간부 대부분 집유 석방


국보법위반으로 구속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의장 강희남, 범민련) 간부 강희남 씨등 9명에 대해 재판부(형사합의 22부 부장판사 조건호)는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국보법상 이적단체 구성 및 가입과 이적표현물 제작·배포 혐의로는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을 선고해 공안당국에 의해 조작된 사건임을 반증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2일 오전10시, 425호 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조건호 판사는 “피고들이 국보법의 효력을 문제삼았지만, 국보법은 국가의 존립과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국보법에 대한 헌법상의 효력을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한이 대남 전략의 기본 목표가 변하지 않고 있는 현상황에서 범민련의 주장이 민족공동의 이익을 위한 활동이었다고는 하지만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강씨 등에게 징역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아 석방된 주명순(73, 서울시연합 부의장)씨는 “아직도 냉전시대의 산물인 국보법의 벽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그러나 지난 8일 검찰이간부들에게 징역7년에 자격정지7년 등을 구형한데 비해 훨씬 적은 형량을 선고한 것은 우리들의 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권오헌(민가협 공동의장)씨는 “이전까지만 해도 국보법으로 구속이 되면 최소한 3년형은 각오를 했다”며 “이번 범민련 사건에서 강희남씨는 법대로 말하자면 이적단체의 수괴이다. 하지만 구속된 간부 모두에게 비슷한 형을 선고한 것은 재판부가 이 사건 자체에 대해 무죄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범민련사건의 선고는 국보법 사건 발생이 정치상황과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안기부가 일명 ‘부여 간첩 김동식 사건’을 발표하면서 민족민주운동세력의 대대적 구속사태가 발생했고, 당시 전국연합등 재야 단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정부패가 크게 드러나 현 정권에 부담이 되고 있고 다가올 4월11일 국회의원 총선거와 5.18의 정국구도가 운동세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그 당시 구속된 박충렬(36, 전국연합 사무차장)씨 등 대부분의 경우 보석과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한편 이번 사건변론을 맡은 박연철 변호사는 “강씨와 박석률 씨가 법률상 집행유예와 가석방 기간이어서 실형선고를 예상했지만 다른 간부들에겐 관대한 처분이 있을 것으로 알았다”며 항소할 것을 밝혔다.

<선고내용> 이천재(66, 상임부의장), 김영제(40, 정책위원장), 이종린(75, 서울시연합 의장) 징역1년/ 곽병준(73, 감사), 김영옥(62, 중앙위원), 홍세표(59, 연합 부의장) 징역1년.집유2년/ 박석률(49, 전 실행위원장) 징역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