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원진 노조위원장 취업시킬 수 없다

기능사 자격증 따면 무조건 취업은 거짓말

원진레이온이 폐업한지 3년이 다되어가도록 정부가 6백명의 실직자를 정부투자기관에 재취업시키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는 커녕 도시철도공사 면접시험에서 태도를 문제삼아 불합격처리해 비난을 사고 있다.

가족생계를 꾸리기 위해 일자리를 얻겠다는 작정으로 기능사 자격증을 딴 박인도(39)씨의 작은 꿈이 어이없게도 ‘면접태도 불량’이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만 것이다.

93년 7월 폐업과 함께 정부투자기관 재취업과 산재종합병원 설립에 노.사.정이 합의했다. 정부는 제2기 지하철공사 인력채용시 우선채용하겠다는 발표를 했으나 다시 “섬유업계에 종사했던 근로자들을 전문기술이 요구되는 지하철에 투입할 경우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는 이유로 약속을 번복했다. 그 뒤 94년 12월 “기능사 자격증만 있으면 조건없이 채용하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러나 또다시 박씨가 면접에서 떨어지자 “그런 약속을 한 바 없다”며 발뺌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 박씨를 비롯한 27명의 원진레이온 근로자들은 정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월평균 5만원의 생활보조금에 경기도 연천직업훈련소, 인천직업훈련소등에서 3-6개월간 하루 12시간의 고된 직업훈련을 받았다. 박씨 역시 연천직업훈련소에서 전기용접 기술을 배워 자격증을 딴 뒤 95년 6월12일 도시철도공사에 접수했다.

불합격처리 원인에 대해 박인도 씨는 도시철도공사 인사위원회로부터 “면접태도가 안좋다”는 얘기를 들었고, 재차 그 이유를 캐는 과정에서 “일할 자세가 안되어 있다”는 막연한 이유를 알아냈을 뿐이다. 당시 면접을 본 원진노동자로는 유일하게 박씨 만이 탈락되었다. 원진레이온비상대책위(현 위원장 배기수) 전 위원장을 지낸 박인도씨는 “아무래도 노조 간부를 지낸 것이 문제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7일 김영삼대통령 앞으로 탄원서를 보낸 그는 “혼자 탈락돼 싸우는데 어려움이 크지만 강력하게 싸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94년 11명, 95년 20명, 96년 23명 등 4월 현재 원진레이온 노동자출신 중 54명이 도시철도공사에 취업했으나 박씨를 비롯한 2백여명의 고령자들이 지하철공사, 아파트공사 현장등에서 날품팔이 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