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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3년째 원진레이온 약속 불이행

자격증 취득 통해 54명만 재취업

수백명의 직업병 환자와 22명의 사망자를 냈던 원진레이온이 폐업한 이후 3년이 지났음에도, 정부와 회사측이 노동자들과 합의했던 사항들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93년 7월 폐업조치 이후, 그 해 11월 노-사-정 3자는 △원진노동자의 정부투자기관 재취업 △산재종합병원 설립 △직업병 환자들의 재활기금 마련 등에 합의했지만, 지금까지 회사와 정부측은 이를 번복, 불이행해 왔다.

이에 원진레이온비상대책위 배기수 위원장은 “원진레이온부지 매각대금 중 1백50억원을 재해위로금으로 출연하기로 한 3년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며, 원진 실직자들의 정부투자기관 재취업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또한, “6백37명의 직업병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한 산재종합병원설립이 시급하다”며, 정부의 구체적인 병원설립계획 제시를 요구했다.

재취업이 요구되던 2백여명의 원진노동자중 불과 54명만이 서울도시철도공사(제2기 지하철공사)에 채용됐는데, 이들은 스스로 국가기술자격검정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야 취업할 수 있었다. 대부분 고령인 나머지 원진노동자들은 각종 건설현장을 떠돌고 있으며, 30여명은 아예 취업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진레이온은 88년 최초로 이황화탄소 직업병 참상이 사회에 알려진 이후, 91년 1백37일간의 김봉환 씨 장례투쟁, 93년의 폐업거부투쟁 등을 통해 산업재해와 직업병의 심각성을 사회에 여론화시켰으며, 정부투자기관 재취업 요구를 통해 고용문제를 사회문제화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