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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아암도 노점상 고 이덕인씨 변사체 발견 100일 째!

사인규명도 생존권 보장도 산 넘어 산

인천시 연수구 아암도에 대한 포장마차에 전격적인 철거와 장애인 노점상 이덕인 씨 사망 1백일을 맞아 ‘고 이덕인 열사 사망 1백일 추모 및 민중생존권 탄압 규탄대회’가 6일 오후 1시 인천시민회관에서 열린다.

시신은 현재까지 인천 중앙길병원에 안치중이며, 유가족과 노점상들은 사인진상규명 및 아암도 노점상들의 생존권 보장 등에 대한 인천시의 대책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1월말 단식 농성에 이어 설 연휴가 지난 2월26일부터는 인천시청 앞에서 유족들을 중심으로 매일 연좌시위와 선전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29일에는 양재덕 인천연합의장과 김영규 인하대 교수 등이 이철규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만나 △유가족에 대한 배상 △아암도 노점상에 대한 생존권 보장 등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인천시측은 요구사항을 검토한 뒤 이번주까지 대책을 통보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진전 없는 사인규명

이덕인씨의 사인에 대해 종교?사회단체 위원들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진관스님)는 △팔과 손목에 묶인 줄이 포박의 형태라는 점 △익사체로 보기에는 등쪽에 아무런 상처나 이물질이 없는 점 △입고 있었던 윗옷 등이 벗겨 없어진 점 △사망 추정 시간이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수영 중 사망’했다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결론짓고, “망루에서 내려온 이덕인 씨는 경찰들에게 발각되었고, 이덕인 씨는 어통소 또는 근처에서 경찰에 의 체포당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타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측은 이미 익사판정(담당검사 이혁)을 내린 데 이어 “현재로선 재수사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담당검사(송기현)는 밝히고 있다.

한편, 아암도 일대 해안선을 담당하고 있는 육군 7873부대 김민호 소령(작전과장)은 “이번 사건은 노점상들과 인천시 사이에서 벌어진 일일뿐”이라며 군의 관련여부 및 책임문제에 대해서 부인하고, “자신들은 구경꾼이었을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암도 노점상들은 “군사보호구역내에서 이미 20여년 전부터 운영되던 횟집을 노점철거가 끝나고 3개월이 지난 2월29일에야 철거한 이유가 해명돼야 하고, 당시 군부대에서 사건진행과정을 촬영한 비디오의 공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벼랑에 몰린 노점상들

당시 철거과정에서 노점상들이 입은 피해는 59점포에서 약 2억5천 내지 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노점상측은 말하고 있다. 또한 1백일에 걸친 투쟁과정에서 구속 처벌된 사람은 총12명, 불구속입건자도 4명에 이른다. 「인천노점상연합」 회원 4명과 7명의 인하대 학생들이 구속되었으며 이들은 모두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씩을 선고받고 지난달 석방되었다. 그러나 양연수 씨(전국노점상 연합회 고문)는 현재까지 구치소에 수감중이며 이덕인 씨의 형(이덕창 34)과 아우(이정훈 24)는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수사중이다.

이덕인 씨의 어머니 김정자 씨(53)는 지난달 29일, 남아서 투쟁하던 두 아들마저 경찰서에 연행되자 “나머지 두 아들을 감옥으로 보낸다고 해서 투쟁이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아암도 노점상들에 대한 생존 보장이 해결된 후에야 덕인이를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애써 눈물을 참아냈다.

불구자인 남동생을 두고 자신이 친정을 부양해 왔다는 아암도 노점상 김미자 씨(42)는 “현재는 집세도 내지 못하고 전화마저 끊어진 상태여서 국민학교 3학년인 아이를 친정집에 맡겨두고 있다”며 생계를 걱정하는 기자의 질문에 “여기서 투쟁을 포기하면 앞으로의 생존권은 어떻게 보장받겠어요? 이덕인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는 없어요”라며 농성장을 포함한 모든 투쟁의 장소를 굳건히 지키겠다고 힘주었다. 역시 아암도 주민인 박미라씨(40)도 “여기서 물러나면 우리의 생존은 더욱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며 투쟁하지 않으면 굶어죽게 될텐데 이 상황에서 투쟁하는 것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노점 철거 뒤에는 대규모 개발이

아암도 노점 철거는 도시환경을 미화한다는 명분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지금 아암도를 포함한 인천 송도앞 바다에는 사업비만 총1조7천여억원이 드는 여의도 6배규모의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며 그 안에 88층 높이의 초고층호텔을 갖춘 대규모 종합위락시설의 건설이 계획되고 있다. 신도시 건설을 위한 매립작업은 현대산업과 한진종합건설이 맡고 있으며 송도 유원지 개발은 대우건설에서 추진중이다.

도시 발전을 위한 철거든 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철거든 이제 그 속에서 생계의 터전을 잃은 아암도 수십 가구의 생존과 장애인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착하게 생계를 꾸려나가던 한 청년의 짓밟힌 꿈이 1백일 동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