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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덕인 씨 밧줄 묶인 채 변사체로 발견

경찰, 강제부검 후 “사인-익사”로 밝혀


28일 오전9시 인천 아암도 바닷가에서 발견된 장애인노점상 이덕인(29, 양하지마비, 서울대중퇴)씨의 시체를 경찰이 탈취, 가족의 동의도 받지 않고 강제 부검에 들어갔다. 발견 당시 이씨는 얼굴과 양팔, 가슴 등 온몸에 멍이 들어있고 손은 노끈으로 묶인 상태였다.

인천남부경찰서는 29일 새벽5시 이씨의 시신이 안치된 인천 길병원에 전경 1천2백명을 투입, 이씨의 시신을 탈취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영안실 진입을 막는 학생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 학생, 노점상등 10여 명이 머리, 어깨 등을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영안실에 있던 인하대 학생 9명과 노점상 12명을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연행했다.

시신을 탈취한 경찰은 이씨의 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데리고 가 부검동의를 요구했다. 가족들이 부검을 계속 거부하자 가족의 동의와 입회 없이 부검을 진행했다. 부검을 마친 경찰은 오전 12시경 시신을 돌려준 뒤 경찰은 이씨의 사인에 대해 “바다에 빠져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족들은 숨진 이씨가 “지난 9월 사법고시 1차시험에 합격하고, 2차시험을 준비하는 중이었다”며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맨 처음 시신을 진단한 인천 세광병원측도 이씨가 구타에 의해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시신을 맨 처음 발견한 장애인노점상들은 “언뜻 보기에도 무언가에 맞아 멍이든 것이 분명하다”며 타살을 의심했다. 이들은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경찰이 아무런 잘못도 없다면 무엇 때문에 시신을 탈취했겠느냐”며 강한 의혹을 보였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인천연합, 전국장애인한가족협의회, 장애인자립추진위원회, 노점상연합회 등은 대책위원회를 조직, 대응에 들어갔다. 이들은 29일 성명을 내고 △가족 등이 참관하는 재부검 실시 △최기선 인천시장의 자진사퇴 △진압 관련자 전원 처벌 등을 요구했다. 또 30일 오후2시 인천 시민회관 앞에서 이덕인 씨 사인규명과 경찰폭력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씨는 지난 7월부터 인천시 연수구 아암도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포장마차를 해왔다. 그러던 중 인천시의회가 이 지역 노점상 철거비용 2억3천만원을 승인, 적극적인 철거에 나서자 지난 24일부터 8미터 철탑을 설치하고 농성을 해 왔다.

함께 농성하던 노점상들에 따르면 이씨가 사라진 것은 25일로 농성자 27명 가운데 11명이 탈진해 철탑을 내려간 뒤 잠시후 이씨 자신도 내려가 봐야겠다며 철탑을 내려가 연락이 끊긴 채 3일만에 바닷가에서 시체로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