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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피해자들의 추석-마지막회

철거민, 추석 생각할 겨를도 없어


요즘 봉천6동 철거민들은 가만히 있어도 분통이 터진다. 지난 4월25일 적준개발 용역반원들이 새벽에 잠자고 있던 주민들을 끌어내 협박과 폭력을 가하고 전철순 씨의 속옷에 연탄재를 집어넣고 짓밟은 채 끌고 다닌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철거반원들에게 성폭력을 당한 전철순 씨가 도리어 폭력과 공무집행방해죄로 8월9일 구속되었다. 또한 철거대책위 간부 2명에게 사전구속영장이 나와 아직도 경찰과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오랫만에 친척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데, 참 서글프고 착찹하네요” 이들에겐 추석보다도 생존권 확보가 우선이고 절박하다.

6가구가 살고 있는 용인군 수지면 주민들도 경찰과의 신경전외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추석이요. 생각도 못해요. 아, 당장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추석은 무슨….”

5일 철거반원 2백명과 전경 8개중대의 폭력으로 주민 7명이 뼈가 부러지는 등 중경상을 입었다. 추석이라고 한시라도 틈을 주었다가는 언제 철거반원과 백골단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것이다. 30여명되는 적은 수의 주민들 중에서 더 다친다면 이 싸움은 끝나게 된다. 이들에게 지금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이렇게 철거반원의 폭력 위협 속에 추석을 보내야 하는 철거지역은 서울에만도 금호동, 돈암동, 도화동, 신정동 등 16개 지역이다.

삶의 터전마저 빼앗긴 이들에게 추석은 무슨 의미일까? 지난 시절에도 어려웠을 삶의 역정에서 그나마 행복했던 추석이 있었다고 쓸쓸이 되새겨보아야 할 그들의 추석, 철거민들에게는 추석마저 맘 편히 쉴 여유가 없다.

어디 철거민들뿐이랴. 직장폐쇄 당하고, 임금마저 체불되어 선물꾸러미 하나 살 돈 한푼없어 고향행을 포기한 노동자들,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의 한 귀퉁이를 방황할 수배자들, 그리고 다시 감옥에서 몇십번째의 추석을 보내야 할 장기수 등 너무도 많은 이들이 있다. 인간다운 삶을 빼앗긴 이들이 있는 한 아직 우리에게는 추석마저 없는 게 나은 명절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