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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스케치>명동성당 하루감옥 체험


파란 죄수복을 입고 손에는 생활용품 보따리를 든채 포승줄에 묶인 세 명의 죄수가 명동성당 모형감옥 앞에 서 있다.

명동성당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건너편 건물 창문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내려다본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무슨 일인가 싶은지 걸음을 멈취 섰다. 두 눈을 부라린 간수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소지품 검사를 시작했다.

“머리는 변소쪽에 두고 잔다”, “취침시간 전에는 벽에 기대지 않는다”, “불편사항이 있어도, 절대 간수를 부르지 않고 벽을 친다”.

날카로운 목소리로 생활규칙을 불러주고 있다. 모두 감옥 입소절차 그대로였다.

여기에 이르자 3명의 재소자들이 묶여 나올 때까지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던 사람들의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몇 십 년을 감옥에서 살다가 나온 장기수들, 민가협 회원 중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자식과 남편이 당했을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에…, 그리고 45년을 한결같이 감옥에 갇혀있는 얼굴조차 모르는 김선명 씨 생각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어머니들은 자식이 갇힌 감옥을 보는 듯, 닫힌 문 앞에 서서 “문을 열어야 답답하지 않지. 다리도 펼 수 없어 어쩌나”며 마음 아파했다.

오후가 되자 3개의 독방 중 한방이 비었다. 이 자리를 채울 사람을 찾자 27년동안 옥살이를 하고 88년에 출소한 이종(85)씨가 “내가 들어가겠다”며 나섰다. 주위의 만류에도 이씨는 자신이 몇 십 년동안 입어 온 죄수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는 “몇 십 년도 살았고 아직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하루정도야 뭐…”라며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앞으로 일주일동안 설치될 하루감옥의 보안과장은 국가보안법으로 18년간 옥살이를 한 권낙기 씨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