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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가보안법 유엔에 집단 제소 결의

'국가보안법 피해자대회' 에서


48년 정부수립이후 이땅을 지배해온 것은 무엇일까. 군사독재가 문민으로 바뀌었다는 오늘날까지 삼풍백화점의 콘크리트 잔해보다 더 무겁게 우리를 누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답하고자 기적의 생환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간직한 채 한자리에 모였다.

7월 20일 오후 6시, 200여명의 국가보안법에 의한 옥살이 경험자들은 '국가보안법피해자대회'라는 이름으로 기독교연합회관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 온국민이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광복 50주년을 맞이하여 민족분단의 걸림돌이며 인권침해의 최대주범인 국가보안법은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뜻이었고 자신들이 앞장설 것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주최측은 48년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이후 이 법의 적용을 받아 구속된 사람 중 확인된 명단만도 2천 7백여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적용된 예를 살펴볼 때 언론.출판활동, 문학.예술활동, 교육.종교.정치활동 등 국민의 생활 구석구석 안미친 부분이 없다. 관련구속자의 이름과 사건을 훑어보면 지나온 현대사의 명암이 나타난다. 48년 제정이후 제 2공화국시기까지의 구속자 함석헌(사상계, 58년) 등, 박정희 정권시기 유현목('은막의 자유' 관련, 65년), 김지하(담시 '비어' 관련, 72년), 한승헌('어느 사형수의 죽음 앞에'-어떤 조사 필화사건, 74년), 리영희('8억인과의 대화'필화사건, 77년) 등, 전두환 정권시기 정상모([말]지 보도지침 관련, 87년), 김현장, 문부식, 김은숙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 82년), 김대중, 문익환(김대중 내란음모사건, 80년) 등, 노태우 정권시기 문익환, 유원호(방북, 89년), 강기훈(유서대필사건, 91년) 등이다. 그리고 김영삼 정권 출범 이후에는 청소년 단체까지도([샘]사건, 94년) 국가보안법의 희생양이 된다. 지금 이순간에도 감옥 안에 갇혀 있는 이들이 4백여명이나 된다.

참석자들은 "92년 유엔인권이사회의 폐지권고 이후 국제사회에서도 국가보안법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법원이 국가보안법에 대한 위헌제청을 하거나 국보법 기소자에 대해 무죄석방을 내리는 등 국보법 폐기여론이 더 이상 물러나지 않을 상황"이라는데 고무되었다. 이들은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에 근거해 국보법에 의한 피해사항을 유엔인권이사회에 집단적으로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유엔인권조약에 근거한 집단적 제소의 움직임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구체적 실천방향과 참석자들의 공동대응이 차분하게 논의되기에는 부족했다는 점이 이자리를 찾은 이들을 아쉽게 했다.

이날 대회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8.15 50주년 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 공동주관으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