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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찰 불법체포·감금에 국가배상 판결

'화성연쇄살인사건' 김종경 씨 일부 승소, 고문은 인정 안돼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렸던 시민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12일 서울지법 서부지원 민사 제2부는 김종경(44, 경기도 수원시 거주)씨가 국가와 서대문경찰서 김상구(당시 서울 서대문경찰서 형사과장)씨 등 4인을 상대로 낸 손배소송 1심 선고에서 경찰의 불법체포와 감금이 인정된다며 국가는 김씨와 가족에게 3천7백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경찰이 김씨를 연행하면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해 고지하지 않은 점, 연행·구금장소를 알려주지 않은 점, 피의사실을 공포해 피의자의 명예를 훼손한 점 등은 불법행위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김씨가 제기한 고문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93년 7월4일 서대문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강제연행 되어 서대문경찰서, 북아현파출소 등지로 끌려다니며 11일 동안 세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할 것'을 강요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서대문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양손목에 수갑이 채인 채 물고문 등을 당하였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93년 10월 상해진단 결과 양 손목에 신경손상을 입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 후 김씨는 고문후유증으로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였고, 정신적인 후유증 증세를 보여 왔는데 갈수록 심해진다고 김씨의 부인 오윤자 씨는 전했다.

변론을 맡은 신장수 변호사에 따르면, "경찰의 고문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김씨의 신체감정을 받으려 했으나, 김씨가 완강히 거부했다"며 고문피해사실의 입증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은 재미동포 김해운 씨가 자신의 꿈속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나타나 점술가에게 꿈을 풀어본 결과 '김종경 씨가 범인임이 확실하다'는 제보를 해온 데서 시작된다. 이 제보를 받은 서대문경찰서 형사들이 연고가 없는 수원까지 내려가 김씨를 연행하였고, 이를 언론들이 화성사건의 진범이 잡혔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이러한 내막이 알려진 뒤 경찰이 실적에 눈이 어두워 벌인 대표적인 심증수사라는 여론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또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담당서인 화성경찰서와 검찰은 수사결과 김씨가 무죄라는 결론 내렸고, 김씨는 지난 93년 10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