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현장스케치> 이랜드그룹, '하나님의 이름으로' 노조 탄압

보통 때 같으면 어수선하기만 했을 신촌 이랜드 본사 앞마당. 이날 군데군데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치는 몇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삭발을 하고 있는 두사람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의자에 앉자 있는 두사람은 이랜드 노동조합 정석주 비상대책위원장과 배재석 사무장.

잠시 후 내내 눈을 꼭 감고 이를 악물고 있던 배재석 사무장이 환하게 웃으며 일어섰다. "보기 좋습니까" 조합원들을 향한 그의 인사였다. 그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부인이 울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웃었다. "울지 않습니다. 우리의 싸움은 정당한 것입니다. 이랜드그룹에 노동조합이 있는지 몰랐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열심히 투쟁합시다"

이들은 지난 3월 진로라파밀리아에서 일하던 김은주, 조은주 씨와 노동조합 사무장 배재석 씨가 해고된 이후부터 본사건물 5층 노조사무실에서 철야농성을 해왔다.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 지방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한 결과 김은주, 조은주 씨는 6월29일자로 복직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그리 기쁘지 않다. 회사가 이 두사람을 대기발령을 시켜놓아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거기다 회사는 '95단체협상을 앞두고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협상을 미루고, 사원들에게 노조에 대한 왜곡선전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회사의 태도에 일침을 놓고 내부적으로는 더욱 더 가열찬 투쟁의 결의를 다지기 위해 삭발식을 단행한 것이다.

이랜드, 언더우드 등 의류업계와 언더우드 건설, 피자몰 등 건설, 식품 등 28개의 법인사업체와 25개의 사업부를 가진 이랜드그룹에는 회장이 없다. 이랜드의 박성수 사장은 회장은 하나님이라고 말해왔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기까지 회사는 사원들에게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성장제일주의를 주장했다. 대부분이 기독교도인 사원들도 참고 견디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생긴 의사소통과 직원복지의 문제, 불공정하고 주관적인 인사승진 제도는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랜드는 매일 아침 8시20분부터 20분정도 기도시간을 갖고 매주 월요일에는 8시부터 10시까지 예배를 드린다. 누구라도 이 행사들에 불참하려면 인사고가의 50%를 차지하는 '이랜드스피릿'의 점수가 낮아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노조가 창립된지 이제 1년9개월. 오늘, 굳은 다짐으로 다시 태어난 이랜드노동조합은 "정의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한다"는 진리로 3천여 직원이 주인되는 이랜드를 만들어 나갈 것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