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아태 지역 인권포럼 정례화 합의

20일 아태 지역 인권워크샵 폐막

정부 인권포럼논의 ‘주도’, 국민인권기구에는 ‘침묵’

7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3차 아태 지역 유엔 인권워크샵’이 "아태 지역 유엔 인권포럼(UN Forum for the Asia-Pacific Region on Human Rights Issues)" 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20일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의 결과는 의장의 마무리 발언(Concluding Remark) 형식으로 발표되었는데 회의 마지막 날인 20일 오후까지도 내부합의를 이루지 못해 폐회식이 오후 5시 넘어 까지 지연되기까지 하였다. 막후협상에 참가자 중 한명은 “인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의 국가들이 정례적인 포럼보다는 가급적 느슨한 형태의 논의구조 또는 동남아시아(ASEAN)등 소 지역 중심의 접근을 주장해 최종합의에 시간이 걸렸다”며 협상의 분위기를 전하였다.

아태 지역 정부대표들은 한승주 외무부장관의 ‘아태 지역 인권포럼’ 제안을 중심으로 비공식협의를 계속하였는데 한 장관은 18일 개막연설에서 ‘아태 지역에서 인권관련 공동관심사에 대한 의견과 정보교환을 촉진하는 정례적 아태 지역 인권워크샵’을 구성할 것을 제안하여 아얄라 라소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을 비롯한 많은 참가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이날 오전에 시작한 비공식협의가 지연되어 11시가 조금 지나 회의가 시작되었다. 주제는 93년 6월 비엔나 세계인권대회 이후 아태 지역에서 이루어진 실천을 평가하고 인권교육전략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호주의 브라이언 버데킨 씨는 110쪽에 달하는 ‘실천계획(National Action Plan)’을 소개하면서 “국가차원의 실천계획 또한 국민인권기구 없이 효과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며 국민인권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호주는 93년 6월 세계인권대회의 ‘비엔나선언과 행동강령’에 따라 국가차원의 실천계획을 수립한 유일한 나라이다.

한국유네스코위원장인 차인석 교수는 ‘아태 지역에서 인권교육의 증진을 위한 전략의 개발’이란 논문에서 “부 정의와 불 관용으로부터 해방은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조류”라고 전제하고 “아태 지역의 전통문화와 종교가 인권교육의 내용을 구성하는데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또한 “유네스코가 53년이래 인권교육, 특히 인권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는데 많은 공헌을 했다”고 설명하면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인권교육이 없이는 민주주의적 문화가 뿌리내릴 수 없다”고 인권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주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시간부족으로 국가 차원의 실천계획과 인권교육에 관한 깊이 있는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하자 일부 참가자들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였다.

오후 회의 또한 정부대표간 합의가 지연되는 바람에 5시가 넘어 재개되었다. 의장은 마무리 발언형식의 합의 문에서 “93년 자카르타 워크샵에서 합의된 단계별 접근(Step-by-step approach)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시도하고 있는 소 지역별 접근(Sub- regional building-block approach) 방식을 한 장관이 제안한 아태 지역 인권포럼 제안과 동시에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의장의 마무리발언 이후 아얄라 라소 인권고등판무관과 한국정부의 폐회사가 있었다. 의례적인 한국정부의 폐회사와 대조적으로 라소 고등판무관은 유엔개발계획의 야곱 거이트 씨가 대독한 폐회사에서 “민간인권단체의 참여 없이 인권이 실현될 수 없음”을 전제하고 “한국의 민간인권단체가 보여준 솔직함과 헌신성 그리고 인권의식고양을 위한 역할”을 이례적으로 지적하여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또한 한국의 인권단체가 “93년 방콕과 비엔나 인권대회 그리고 이번 서울 워크샵을 비롯한 그 이후의 후속사업에 참여하여 인권보장제도의 발전에 기여하였다”고 말하면서 “정부와 민간단체의 역할이 서로 보완적이다”고 재 강조하였다.

워크샵의 결과에 대해 유엔인권센터의 한 관계자는 “비록 유럽 등 다른 지역처럼 인권헌장이나 공식적인 지역인권기구 설립에 관한 구체적 진전이 없어 크게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아태 지역정부의 과거입장을 고려할 때 이번 워크샵과 유사한 포럼을 정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이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이번 회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이번 회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터 한 「한국인권단체협의회(인권협, KOH RNET)」의 이성훈 씨는 “대다수 정부대표의 발언이 형식적이거나 자국정부의 입장을 방어 또는 홍보하는 내용이어서 버마, 부간빌,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 아태 지역의 대규모 인권침해를 방지하거나 해결하는 제도적 대안으로서의 지역인권기구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적극적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회의 내용에 대해 실망감을 표명하였다. 그는 또한 “한 장관의 제안이 참가자들에 의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 아태 지역의 인권영역에서 한국정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주최국의 체면은 세웠지만 정작 중요한 국민인권기구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어 한국정부의 이중적 인권정책을 새삼 확인했다”고 지적하였다.

한편 인권협은 워크샵 첫날인 18일 아얄라 라소와의 간담회를 갖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회의 기간 중 인권협 회원들은 단체홍보물, 한국인권상황보고서, 국제엠네스티가 발행한 한국인권침해보고서 등을 각 국 정부대표와 참가자에게 배포하면서 한국의 최근 인권상황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