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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성명서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취소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지난 10월 24일 방영예정이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강기훈 씨 유서대필사건, 누가 유서를 썼는가’가 방송시작 바로 전에 ‘방송국 사정’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취소되었다. (중략)

그런데 그 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l 프로그램에 대하여 대법원이 사전에 프로그램에 문제점이 있을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였고, 또한 방영 바로 며칠 전에는 판사 신분의 대법원 공보관이 직접 방송사를 방문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에 대해 극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그 프로그램의 내용 자체에 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그 내용을 그만두고라도, 사실관계에 관해 극한 논란이 있는 사건을 방송사가 나름대로 취재, 정리하여 국민 앞에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게 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이며, 동시에 국민에 대한 언론기관의 책무이기도 하다.

또한 모든 판결은 증거판단과 사실인정에서부터 법률판단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며, 이는 사법문화 발달의 기초 중 중요한 하나이다.

법원이 판결한 사건이라 해서 그에 대한 비판과 의문의 제기를 봉쇄하는 것은 법원의 여론으로부터 독립케 하는 것도 아니고, 정당한 권위를 세우는 것도 아니다.

만일 그 논리대로라고 하면 재판계류중일 경우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서 방송이 아니되고, 재판 후에는 이미 판결이 있으므로 다룰 수 없다는 결론이 되어버린다.

(중략) 이번 불방 사태에 대해 대법원과 방송사측은 그 경위에 대해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여야 할 것이며, 조속히 방송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1993. 1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표간사 홍 성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