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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성명서


정부의 10.25 수배해체 조치는 과거청산이 아니라 과거의 악순환을 답습하는 것일 뿐이다

10월 25일 대검 공안부에서 발표한 수배해제 조치는 수배로 고통당해왔던 230여 시국수배자들의 숨통을 풀어주었다는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조치는 ‘과거청산’으로서의 수배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아니라 단지 김영삼 정부의 정치적 파급효과를 극도로 노린 것으로서 결과적으로 문제를 피상적으로 해결하고 말았다는 데 대하여 실망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특히 병역특례를 받다가 해고된 후 곧바로 징집영장이 발부되어 법원에 대한 소송절차에서조차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던 병역특례 수배자들은 과거 군사정부의 무차별 노동탄압의 잔재임이 분명한 데도 이들에 대한 수배상태를 계속 방치하겠다는 것은 현정부의 ‘문민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처사이자 동시에 과거의 악습을 답습하는 꼴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이번 수배해제 대상에서 제외시킨 ‘제3자 개입금지법’ 위반 수배자들의 경우, 단지 현 정부출범 후 발생하였다는 이유 하나로 수배의 정당성이 입증되는 것처럼 수배해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은 소위 문민정부라는 현정부가 그 얼마나 무원칙한지를 그대로 표출하는 것이다. 지난 6월 현대그룹 공동임금협상과정에서 현정부는 궁색하게도 이미 구시대의 유물로서 폐기처분 하려 했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을 들이밀며 어거지 수배조치를 단행했다는 것은 만인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대 임금교섭관련 수배자들을 수배해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은 이번 수배해제 조치가 얼마나 기만적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 검찰은 ‘노동쟁의 관련자들에 대해서 엄정하게 처리해 나가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덧붙였다는 것은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과거의 군사정부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다. 따라서 <전국 구속.해고.해고노동자 원상회복투쟁위원회>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공직자 재산공개’에 이은 또 하나의 생색내기식 과거청산에 지나지 않는다고 결론을 지으며 현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재천명하고자 한다. 현정부는 늦기 전에 이번 조치에 이어 나머지 수배자들에 대한 완전한 수배해제 조처를 단행할 것을 엄중히 촉구하는 바이다.


1993. 10. 26.
전국 구속.수배.해고노동자 원상회복투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