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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성명서 : 작가 황석영 석방대책위원회

소위 문민정부가 들어선 지 어언 반년이 되어가건만 아직도 300여명이 넘는 양심수들이 분단의 쇠창살을 거머쥐고 신음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전국 일원의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321명의 정치범들이 "국가보안법 철폐", "도서차입 제한철폐", "신문검열 철폐"의 정치적 요구를 내걸고 옥중 단식투쟁중인 이 참담한 현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김영삼 정부가 주창하는 개혁이 전국민적 공감대를 갖고 실효성을 거두려면 그리하여 김영삼 씨가 모름지기 문민대통령 통일대통령으로 민족과 역사 앞에 자랑스럽게 우뚝 설려면, 그 개혁은 모름지기 분단으로 인한 민족사적 고통을 덜어주고 민중의 살림살이를 넉넉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자리잡혀야 한다. 알맹이는 없고 겉껍질만 요란히 포장될 때, 과거의 군사정권과 그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 어떤 지엽적인 개혁보다 민족과 민중의 문제를 우선 시하는 대승적 자세가 절실히 요청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전근대적 냉전악법이 여전히 그 위세를 떨치는 한, 군사정권의 정권안보용 희생양으로 손목과 발목이 묶인 정치범들이 여전히 옥방 고초를 당하는 한, 우리는 바로 그러한 문민시대 문민정부를 신뢰할 수 없고 그것은 역사와 민족의 앞날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오늘 [작가 황석영 석방대책위원회] 결성식을 맞아 김영삼 정부와 국민 여러분에게 다음과 같은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남북합의서가 채택되었건만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민족의 반쪽을 원수와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족의 화해와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은 즉각 철폐되어야 한다.

2.지금 옥중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300여명 이상의 정치범들은 한결같이 군사정권의 정권안보용 희생양들이다. 김영삼씨가 진정 문민시대의 문민대통령이라면 이들 양심수에 대한 대 사면을 즉각 단행해야 한다.

3.우리는 작가 황석영 씨의 방북과 해외체류기간에 있었던 그의 제반활동이 외세의 간섭을 남북해외의 단합된 힘으로 돌파하려는 문학적 실천이었다고 확신한다. 안기부와 공안검찰은 악의적인 공소사실 남용을 즉각 취소하라.

4.작가 황석영 씨에게 즉각 집필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라! 그에게 펜과 종이를 달라! 수감된 정치범들에게 필기도구를 주라!

5.우리는 작가 황석영이 석방될 때까지 세계인권단체 문학예술단체와 연대해 그의 구명을 위한 제반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국가보안법 철폐운동에 온 국민의 뜨거운 동참을 적극 호소한다.

1993. 8. 5.

[작가 황석영 석방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