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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빛'

후원인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저 2026년에 안식년 갑니다! 짧은 여행 계획을 벌써 2개 잡았습니다. 안식년 제도는 사랑방 활동가에게 빛입니다… 동의하시죠. 그래도 안식년을 떠나려면 아직 2개월이나 남았네요. 오호호호.

 

영서

해가 질 무렵에 밖을 걷다보면 거리를 따라 줄지어있는 가로등이 한순간에 파바박 켜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 빛과 함께 내가 켜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명이 켜지면 시작되는 어떤 연극처럼. 물론 정해진 시간에 켜지도록 프로그래밍 된 결과라는 것은 알지만 항상 그 순간에는 시계라는 존재를 잊어버려서 빛이 들어오는 시간은 영원히 모르게 되었다. 그래서 가끔은 선물처럼 머리 위로 빛이 내리는 순간을 기대하며 침침한 하늘과 꺼진 가로등 아래를 걷곤 한다.

 

민선

2019년 12월 김용균 님을 잃었고, 2025년 6월 김충현 님을 또다시 떠나보냈다. 2012년 다시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고, 2013년 마지막 4개 부지의 농성장이 폭력적으로 철거되면서 밀양에는 거대한 송전탑이 세워졌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산재와 사고가 잇따르고, 서울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전국 곳곳 송전탑을 둘러싼 고통이 이어진다. 세상의 빛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지고 전해져온 것, 이를 알리고 바꾸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다. 세상의 빛이 정의롭게 만들어지고 전해지는, 빛나는 세상을 향한 이들의 싸움을 기억하며 함께 하자.

 

지수

내가 본 남태령에서의 빛들을 생각한다. 그 빛들은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들어선 이재명 정부에서 금새 잊혀진 것만 같다. 승질난다! 그치만 그 겨울밤의 빛들을 떠올려보며 비상계엄 1년을 맞이한 이 혼란한 마음을 추슬러 본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 그 빛들을 나는 반드시 꼭 만나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며.

 

해미

도시에는 불필요한 빛들이 많다. 사람이 지키지도 들를 일도 없는 새벽 건물들의 조명까지 너무 많이 번쩍인다. 빛도 시끄러울 수도 있구나. 도시가 너무 밝아서 별이 안 보이는 거라고 한다. 가끔은 어둠이 그립다. 어둠 안에서 보던 빛이 그립다. 탄핵광장에서 밝힌 응원봉들 같은… 그런 빛.

 

대용

H.O.T.가 ‘빛’이란 노래를 내놓았을 때 당시 나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밝고 따뜻한 노래여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god가 ‘촛불하나’를 부를 땐 유행가를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조금 더 컸다. 근데 열심히 부르면서도 왜 이렇게 다들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IMF와 무관하지 않았겠다는 뒤늦은 깨달음.

 

미류

올해 선글라스를 처음 사봤다. 눈부심이 너무 심해서 걷기 힘들 지경이라. 어두운 곳에서 뭔가 알아보는 것은 훨씬 어려워졌다. 휴대폰 손전등 기능을 계단 오르느라 쓰게 될 줄이야. 빛에 약해지면 어둠에 강해지든지, 어둠에 취약해지면 빛에 강해지든지, 빛과 어둠에 동시에 약해지는 건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가 감지하는 만큼 ‘빛’이 된다는 건 신비롭고,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