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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냉소와 절망을 넘어 다시 정치세력화를 그리며

<2022대선과 사회운동> 집담회 후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누가 당선되든 아무런 기대가 생기지 않는 이 상황이 답답하고 절망스럽다. 다른 세계로의 전망을 그리며 활동하고 분투하지만, 중요한 정치적 기점인 선거는 ‘그들만의 리그’로만 여겨질 뿐이다. 거대양당구도는 더욱 굳건해졌고 진보정당은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곤혹스러운 상황을 한탄만 할 수는 없기에 지금 놓여있는 지형에서 사회운동은 어떻게 다른 길을 낼 수 있을지, 잘 보이지 않고 막막하지만 결국 같이 모여 고민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22대선과 사회운동>이라는 제목의 집담회 자리를 준비하게 됐다. 1월 19일 열린 집담회에 30여 명의 활동가들이 모였다.

선거 대응을 돌아보며 사회운동의 과제를 찾는

2000년대 이후 선거 시기 시민사회운동의 대응을 돌아보며 이번 대선이 아닌 그 이후를 그리면서 사회운동이 조직화 세력화 해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제안하는 발제문*이 준비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안중에 없고 권력만을 대변하는 제도정치를 바꾸기 위해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라는 전망을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이 공동의 전망으로 세우며 실천했던 시기가 있었다. 여러 이유와 조건이 있겠지만, 정치세력화는 진보정당의 몫으로 의탁하고 사회운동은 의제를 던지고 내용을 만드는, 더 이상 공동의 전망과 실천이 아닌 각자의 역할로 여기며 ‘분업’하게 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나누어졌다. 한편으론, ‘유권자’로서 정책을 요구하고 공약을 검증하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 정책협약은 운동사회가 선거시기 반복하는 주요한 대응방식인데, 정치적 힘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개혁’세력에 포섭되는 경향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나누어졌다. 그렇게 앙상해져버린 지금의 지형을 달라지게 하려면 사회운동은 무엇을 해야 할까. 정치적 힘을 만들어가기 위한 조직화 세력화라는 과제를 명확히 확인하면서, 이번 대선이 아니라 그 이후를 조금 멀리 내다보며 사회운동을 해나가자는 제안이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모색하게 되길 바라며, 탈시설장애인당 활동을 활발하게 벌여가고 있는 장애운동의 경험을, 성평등에 퇴행하는 대선 정국에 대한 페미니즘 운동의 고민을, 그리고 민중후보 단일화를 위한 민중경선 운동을 추진해온 노동운동의 평가를 들었다.p>

이후 이어진 이야기 속에서 여러 고민과 의견을 나누었다. 진보정당이 다양해졌지만 유의미한 세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거 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 진보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이는 것 자체보다 각 정당들이 존재하는 이유로 기치와 내용이 더 날카롭게 벼려지며 분리 정립이 더 되어야 한다는 입장, 체제변혁을 이야기하는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하나의 실천이라는 입장 등 선거 ‘전략’에 대한 각기 다른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결국 단일화는 실패했지만 민주노총과 제진보정당이 논의해온 민중경선 추진과정이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토론하며 정치적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계기로서 의미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와 상충되는 건 아니지만, 오랫동안 지향점으로 여겨져온 민중집권이라는 말이 지금 시대에 다른 정치적 전망을 그리며 사람들에게 건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질문이 필요하다는 고민도 더해졌다.

사회운동의 과제로 조직화 세력화를 이야기할 때, 추상적으로 대중을 상정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드러내고 설득하며 조직할 것인지를 더 중요하게 고민하며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강조되기도 했다. 그동안 운동사회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역사적으로 돌아보는 것 또한 중요하겠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장애인, 여성,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각각의 부문별 운동에서 벌여왔는데, 이때 그 정체성의 정치인을 배출해 제도정치에 진입하는 것으로 여기며 운동은 이를 지지하는 행보에 그쳐온 측면이 있다. 정치세력화라는 전망과 현실의 간극을 계속 확인해온 것이기도 한데, 이러한 정치세력화에 대한 역사적 평가 속에서 어떻게 이전과는 다른 전망과 실천으로서 다시 정치세력화를 그릴 것인지가 질문되고 토론되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대선 이후를 바라보며 지금의 실천을 벌여가야

이번 대선을 넘어 그 다음을 모색할 수 있도록 사회운동이 준비하고 태세를 갖춰가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운동이 공동으로 정세전망을 토론하며 도출해가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공감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쌓아가는 시간 속에서 다른 세계로의 전망을 세우고 구체화하며 이러한 전망을 함께 세워가려는 세를 늘리고 그렇게 정치적 힘을 만들고 키워가는 사회운동을 그려가보자는 것이다. 동시에 이후 과제로만 삼을 것이 아니라 이번 대선 결과에 낙담하며 정치적 냉소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지금 바로 사회운동에 필요하며 중요하다는 것도 짚어졌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페미니즘 운동의 가시화와 성장이 두드러지지만, 젠더 이슈는 정치적 수단으로만 소모될 뿐이고 거대양당 후보 모두 서로 앞서 반페미니즘에 편승하고 있다. 여성들이 만들고 외쳐온 정치적 공간과 목소리를 전혀 수렴하지 못(안)하는 정치권에 선거 시기마다 ‘관습적으로’ 해온 정책협약과 정책제안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단체는 페미니스트가 결집하는 장을 준비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공유했다. 보수양당이 이용한 세대론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정치적 주체로 체제전환의 실천을 만들어가고 있는 단체는 정권이 아니라 미래를 선택한 ‘우리’의 행진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렇게 우리의 정치를 외치고 드러내는 실천을 함께 해나가자는 제안도 더해졌다.**

정치적 주체화의 기회이기도 한 선거에서 유권자가 아닌 주권자임을 선언하며, 그저 투표소로 한정될 수 없는 우리의 정치적 공간을 만들고 열어내기 위한 고민과 실천을 함께 해나가는 사회운동을 그려본다. 선거라는 특별한 시기에 이루어지는 대응 활동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우리의 정치적 힘을 키우며 다른 가능성을 확장해가는 사회운동, 그러한 시간을 쌓아갔을 때 5년 뒤 또다시 마주할 대선에서는 절망보다는 희망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 집담회에서 나눈 <2000년 이후 시민사회운동의 선거대응과 2022년 대선 이후 사회운동의 과제> 자료는 발제를 준비했던 플랫폼C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고, 3번에 나눠 올릴 예정입니다.
http://platformc.kr/2022/02/movement-since-2000/

**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 행동 10만 서명 https://campaigns.kr/campaigns/574
존엄한 미래를 위한 저항의 행진 bit.ly/0301체제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