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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활동의 결실을 맺는 2022년이 되길

2022년 1월 24일, 사랑방은 1/4분기 총회를 진행했습니다. 작년 활동 평가를 남기고, 올해 활동과 재정 계획을 세우고 확인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지요. 사랑방의 총회의 시간은 뭐랄까요. 무엇하나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는 사랑방 특유의 꼬장꼬장함이 유난히 빛을 발하는 시간이랄까요. 그래서인지, 총회는 여~억시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 저녁 9시까지 뜨겁게 이어졌답니다.

지난해 사랑방에는 조직적 변화가 많았습니다. 2년 만에 신입활동가 다슬이 입방하면서 여덟명의 상임활동가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 되었고, 오랜 숙제였던 조직체계 점검 논의를 통해 돋움/자원활동가 멤버십을 정리하며 사랑방 운동전략에 맞는 조직 구조와 형식을 구현해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하였답니다.

주요 활동에서는 유의미한 진전을 만들었다는 박하지 않은 평가를 남겼습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출범 초기부터 지난해까지 방역을 이유로 기본권 제한, 불평등한 재난의 영향, 개별 정책의 관점과 효과에 대한 문제의식을 벼려냈습니다. 사랑방이 많은 역량을 쏟았던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국민동의청원 10만행동 성사에 이어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법안을 연달아 발의시키는 등 법제정의 실질적인 국면을 만들어냈고, 법제정을 지지하는 사람을 청원인의 자리에서 제정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변모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한편 탄중위해체공대위에서부터 기후정의동맹(준)에 이르는 활동까지 정부와 자본의 불평등한 기후위기대응프로세스에 분명히 전선을 그으면서 기후정의 주체이자 전환의 시대를 이끌어갈 기후정의운동의 주체를 조직하며 정의로운 전환의 상을 그리는 시간으로 채웠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운동을 함께 할 동료들과 함께 ‘변혁의 질문’을 나누고 “다른 길을 내는 활동가 모임”을 출범시켰습니다. 2021년 사랑방은 무기력이나 절망감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석류의 씨가 그 속을 채워가며 붉어지듯 결실의 시간을 향해 나아갔던 것 같습니다. 다른 동료는 이를 누에고치가 나비가 되어가는 시간이라고도 표현하더군요.

총회 논의가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 길어진 것은 실은 올해 계획의 포부가 만만치 않은 탓인데요. 작년에 열심히 다져놓은 활동의 결실을 맺기 위해 조금 더 고군분투하는 한 해가 될 거 같습니다. 더욱이 다가오는 2023년, 그러니까 내년은 사랑방이 방문을 연지 3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답니다. 이쯤 되면 후원인 여러분도 살짝 감이 오지 않으신가요?

올해 활동 계획은 거칠게 말하면 ‘작년에 하던 걸 조금 더 발전시켜 나가자‘ 입니다. 작년 사랑방이 조직적 역량을 많이 쏟았던 차별금지법제정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은 올해 또다시 중요한 싸움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이 법하나 만들고, 그 법으로 구제받는 사람 한명 늘리는 것만으로 끝나는 싸움이 아니라 그 법을 가지고 더 잘 싸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하기 위해서, 마찬가지로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는 기후위기대응이라는 탈정치적인 프레임이 아니라 기후위기를 자초한 자본과 국가의 이윤과 기술 중심의 기후위기대응 방식에 더 분명히 선을 그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후정의 기치 아래 보다 평등하고 생태적인 사회를 새롭게 조직하기 위해 기후위기 최전선의 당사자와 연대하고 이들의 싸움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입니다. 2022년에는 변혁의 전망을 새우며 다른 세계로 길을 내고자 하는 사회운동의 동료들과 함께 기후정의, 페미니즘, 노동 등을 주제로 포럼도 열기로 했습니다. 그 다른 길이 어떤 길일지 여전히 막막하지만, 각자 흩어져있는 운동을 만나고 연결해나가면서 변혁의 전망을 멀리 내다보며 차근차근 그려나가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랑방은 준비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사랑방의 30주년을 말이지요. 2013년 사랑방 20주년 운동전략 대중의 힘을 변혁적으로 조직하자는 슬로건이 만들어지고 또 다시 십년이 흘렀습니다. 사랑방은 그동안 이 운동전략을 중심에 놓고 반월시화 공단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월담’ 활동을 비롯해 사회 변화를 요구하는 힘을 모아내고자 했습니다. 이제는 그 운동전략을 나침반 삼아온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새롭게 활동의 동력을 만드는 과정을 만들어가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후하. 숨을 한번 크게 들이키고 시작해봐야 할까봐요. 벌써 숨이 차네요?

총회가 있기 며칠 전 올해 사랑방을 떠올리며 그림 하나를 그렸습니다. 결실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서 말입니다. 사랑방의 로고 속 자유로운 인간의 형상에 야수파 화가 마티스의 작품 ‘댄스’의 영혼을 한 스푼 첨가했습니다. 펄럭이는 무지개 깃발 곁으로 관성의 틀을 깨고 변태를 거듭하며 평등한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나비가 노닙니다. 그 아래 곡식이 익어가고 있네요. 지금의 기후위기는 이 땅의 모든 자원을 수탈해 이윤을 축적하고자 하는 현 체제의 위기라는 점에서 기후위기가 무엇을 위협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살려내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해보았습니다. 거창하지요? 하하. 30주년이 코앞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시고, 올해 사랑방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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