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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전자제품


가족이자 동거인이 신형 노트북을 사줬다. 신형이라 화면비도 커지고... 가볍고...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와 다른 프로그램을 동시에 마구 돌려도 처리속도에 아무 문제없이 쌩쌩 잘 돌아간다. 노트북 꺼질 틈이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그래도 어우, 속이 다 시원하다.

미류
문명에 뒤쳐졌거나 쓸데없는 고집이거나 나는 지금도 인터넷으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 여행을 갈 때는 듣고 싶은 시디 두세 장을 같이 들고 길을 나섰다. 20년도 더 된 포터블 시디플레이어. 나와 여행을 많이도 다녔다. 지금은 잠시 다른 사람에게 여행을 가있다.

다슬
기계에게도 애착이 생긴다. 노트북도 핸드폰도 쓴지가 대략 6년??이 된 것같은데.. 기억이 안날정도로 썼다. 새로운 기계의 사용법을 익히는게, 사람에게 적응해가는 것처럼 너무 힘들다. 이 과정을 다시 겪는 것보다는 익숙한 나의 기계친구들이 너무 좋았다. 현재 노트북이 너무 힘들어해서, 드디어 새로운 컴퓨터를 주문하게 됐다. 이 아이에게 적응하려면 꽤나 걸리겠지. 배송이 보름정도 걸린다고 한다. 설레이는 기분은 오랜만이다.

어쓰
최근 휴대폰과 데스크탑이 말썽이라 달래가며 쓰는 것도 한계다 싶은 때, 각각 교체와 수리로 연달아 지출이 컸다. 조금 텀을 두고 망가지면 좋을 것을 도대체 왜 동시에 말썽을 부려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나 억울했는데, 돌아보니 모두 군 제대 직후 비슷한 시기에 샀던 물건이더라. 같이 샀으니 같이 수명을 다했구나, 그래 5년이면 쓸 만큼 썼지, 하다가도 앞으로 5년마다 이 정도의 지출이 있으리라 생각하니 약간 침울해진다.

세주
지금 쓰는 노트북이 학교때부터 치자면 세번째인데 앞의 두대가 집에 그대로 있다. 두대 모두 고장의 원인이 된 부품이 몇십만원에 이르는 중요 부품이어서 새로 사는 걸 A/S센터에서 추천했기에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걸 버리는 건 또 쉽지가 않다. 이런 게 정이란 걸까....

아해
대학졸업반 때, 학생할인 비슷하게 처음 구입했던 노트북. 뜯고 고치고 업그레이드하고 해서, 최근 데스크탑이 고장났을 때까지도 근근히 도움을 받았는데, 화면이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수준이 되었길래, 노트북용 모니터 인버터와 백라이트 부품을 [주문하기], ... 직전에 겨우 멈췄다. 아, 이젠 보내줄 때구나. 나의 첫 노트북 16년 컴生은 그렇게 끝났다.

디요
IT크라우드라는 오래된 영국드라마가 있다. 회사의 가장 구석진 곳에서 무시를 당하는(당할만한) 캐릭터로 나오는 IT 노동자들의 자동응답 멘트가 인상적이다.
Hello IT. Have you tried turning it off and on again?
(IT 부서입니다. 그걸 껐다 켜보았나요?)
(심지어 그게 뭔지 묻지도 않아!!)
지금 보면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문제적이지만, 기계가 일으킨 문제에 관심조차 없이 해결 과정을 외주화하는 다른 부서원들에게 기계를 통해 응답하는 장면에 폭소를 터뜨린 기억이 남아있다. 사랑방에서는 아니, 내가 만난 인권운동의 범위 안쪽의 사람들은 대체로 전자제품에 관심이 없다. 위, 아래, 옆 어디를 보아도 얼마나 오래오래 전자제품을 쓰고 있는지만 말하고 어떻게 쓰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 일상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전자제품을 몸에 부착하고 살고 있다. 조금 과장하면 전자제품이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는데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몰라도 어떤 기능이 있고 내가 어떻게 쓸 것인지는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조금 더 기계와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동지 여러분, 피곤함을 떨쳐내자!

가원
지금은 구시대의 IT기계가 되어버린 나의 MD플레이어. 휴대하기 좋은 네모 반듯한 미니디스크를 넣고, 이어폰에 달린 리모콘에 불이 반짝 들어올 때면 왠지 모르게 더 가지고 싶은 게 없는 것처럼 배가 불렀던.

민선
망가지지 않았는데도 새로운 게 나오면서 수명이 정해지는 것이 속상하다. 단종되어 고칠 수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슬프다. 휴대용카세트부터 전기장판까지, 차마 떠나보내지 못한 전자제품들을 끼고 (곳곳에 방치한 채) 살아가고 있다.

정록
전자제품을 좋아한다. 소유욕도 꽤 있다. 첫 노트북 구매는 내 카드 한도가 안돼서 실패. 박스를 뜯었던 용산 매장 직원들의 차가운 눈빛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로부터 무려 14년 뒤에야 당당하게 노트북 박스를 개봉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