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누군가를 돌보고 나를 돌보는 삶

치즈(cheezz) 님을 만났어요

치즈(cheezz) 님은 여행자라는 이름이 떠오르는 사람이에요.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나누면 보통 여행지로 생각지 않는 곳을 다녀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일상에 많은 변화들로 견디고 버티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치즈 님에게 ‘전환’의 시간이 어서 찾아들기를 응원합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치즈를 좋아해서 치즈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어요. 직장을 옮기면서 다시 신입사원이 된 것 같은 요즘을 보내고 있네요.

 

◇ 근황을 나누어주신다면?

오랫동안 다녔던 직장을 정리하고 새로운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4개월이 막 지났네요. 여전히 적응이 잘 안 되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전에 일했던 곳을 규모가 작아서 그냥저냥 잘 지냈던 것 같은데, 여기는 사람은 많지만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제각각이더라고요. 친구 같은 사람이 있다면 좋을 텐데, 사람은 많지만 정작 사람은 없는 상황이랄까요. 제 성격이나 일하는 방식에서 부딪히는 어려움도 있는 것 같고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어떻게든 맞춰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새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에 가족 중에 환자가 생겼어요. 몇 달 병원에 있다가 퇴원해서 집에 왔는데 환자가 있다는 것은 일상의 모든 것을 바뀌게 하더라고요. 이제 조금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 퇴근 후 저녁시간이나 주말에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이 달라졌네요.

 

◇ 어려운 시기네요. 걱정이 많은 요즘일 것 같아요.

환자가 생기면 가장 큰 걱정이 경제적인 부분일 텐데, 다행히도 중증질환 산정특례를 받을 수 있어서 의료보험 혜택이 많은 편이더라고요. 경제적인 것도 경제적인 건데, 더 큰 고민은 간병인을 구하는 문제였어요.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한 집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보니 간병인을 구해야 하는데 사람 구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만 65세 되면 장기요양보장제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어떻게 필요한지가 아니라 상태가 나빠야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고, 그게 필요한 만큼은 못 따라가고. 뭔가 제도적으로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는데, 결국은 개인이 다 알아서 해야 하는 문제는 여전한 것 같아요. 워킹맘들도 다 겪는 문제고요. 아무래도 돌봄 일이라는 게 관계를 맺으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사람이 자주 바뀌면 더 힘들 수밖에 없잖아요. 그저 괜찮은 사람이길 바라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점점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이를 개별적 영역으로 두는 게 아니라 좀 더 공공에서 뒷받침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 제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치즈 님인데요, 치즈님의 여행법이 궁금해요.

스무 살 때 첫 여행이 유럽 배낭여행이었어요. 신기하고 아쉬워서 이후에도 유럽에 많이 갔었는데요, 몇 번 가다보니까 공통적으로 로마 문화가 다 있는 거예요. 원형극장, 첨탑성당 이런 건축물들이 비슷비슷하거든요. 도시도 정해진 틀 같은 게 있어서 광장이 있고 시청이 있고 분수대가 있고 시청 앞에는 시계탑이 있고. 그래서 나중에는 사진을 봐도 여기가 어느 나라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웃음) 언어가 달라도 예전부터 비슷하게 살아와서 유럽 통합이 가능한 것 같기도 하고요. 여튼 그래서 눈을 넓히게 됐죠. 중동도 뚫어보고 북아프리카도 뚫어보고 인도도 뚫어보고. 언제 여행을 갈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갔던 곳보다는 새로운 곳을 가고 싶네요. 모르던 길을 걷는다는 건 겁이 나지만 흥미롭거든요.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랄까. 근데 어디로 가는가보다 여행 자체가 주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현실도피를 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인 것 같거든요.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주는 위안이 있는 듯해요.

 

◇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다녀온 곳들 중에 요즘 들어 여행경보가 뜬 나라들이 좀 있어요. 시리아도 다녀왔는데 내전 소식을 듣고 속상했어요. 그런 뉴스들 보면 그 때 버스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생각이 나요. 동양인 처음 본다고 엄청 신기해했었거든요. 이름 물어보고 몸짓 눈짓으로 이야기 했었는데... <가버나움>을 어떤 영화인지 모르고 봤는데, 내가 만났던 이들과 겹쳐지더라고요. 내가 가고 만났던 나라, 사람들이라는 생각은 무언가를 다르게 보게 하는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이스라엘에서 폭탄이 터지건, 공습이 났건 안타깝지만 자주 접하는 뉴스로 그칠 텐데, 다녀오고 나서는 질문이 생기더라고요. 그 동네는,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 올해 휴가를 다녀오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도 챙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방법 같은 게 있나요?

마음이 좋지 않을 때는 집 앞 산에 가요. 자그마한 산이라서 정상까지 오르는데 30분이면 되거든요. 가까운 곳에 산이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마음이 급하니 빨리 다녀와야 해서요. 공연이나 전시회에 가면서 뭔가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잘 찾았었는데 요즘은 쉽지 않네요. 시간과 기회가 생기는 틈틈이 친구를 만나서 맛있는 것 먹고 술도 한잔 하면 좀 위안이 되더라고요. 사랑방 활동하시는 분들도 스스로를 잘 돌보면서 활동하면 좋겠어요.

 

◇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돈을 많이 주거나, 안정적인 직장이거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거나 전 이 셋 중 하나라도 충족되어야 계속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랑방 활동가들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소식지 오는 것 보면 활동비는 많지 않고 일은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좀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하면서 지금의 사회에서 인정하는 것과는 다른 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