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가의 편지

부담감과 책임감 사이

10월 말부터 시작한 사랑방 후원인 모집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떤 행사를 기획하기도 어렵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다들 힘든 한 해를 보내는 지금 사랑방 후원을 요청해야 하는 부담감이 컸다. 사랑방 활동가들 모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후원페이지를 오픈하고, 각자 휴대폰을 꺼내들어 연락을 돌렸다. 평소에 가끔 연락도 하면서 좀 더 맘 편하게 후원 이야기를 건넬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참 그런 것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민망함을 무릅쓰고 무섭게 전화연락을 돌리기 시작하는 동료 활동가를 보면서, 나도 심호흡 한 번 하고 연락을 시작했다.

통화대기음이 긴장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오랜만에 듣는 폰 너머의 목소리에 반가운 마음이 든다. 후원 제안을 해줘서 고맙다는 말부터 이렇게 오랜만에 연락하게 돼서 좋다는 말까지. 통화하기 전에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고, 전화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목소리를 들으니 만나고 싶다. 통화를 마치면서 다시 연락할 테니 연말에 꼭 보자는 약속을 했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그 약속 아직 지키지 못했지만, 조만간 다시 연락하려고 한다. 만남이 기대된다.

오랜만에 만났던 몇몇 친구들은 꾸준히 활동하는 나를 ‘리스펙’ 한다며 힘이 돼주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회사가, 자본주의가 정말 사람을 쥐어짜내는 방법 하나는 탁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그 친구에게 ‘사랑방’이 힘이 돼주고 싶었다. ‘영끌’해서 아파트를 샀다는 친구, 아이 사교육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친구,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진 형편에 후원을 못했던 이까지. 사랑방이 어떻게 힘이 될 수 있을까. 그들의 후원으로 활동하는 사랑방이 후원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한다. 당장 어떤 것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사랑방의 활동이 후원인들에게 힘을 주고 울림을 줄 수 있어야 할 텐데….

요즘 주로 어떤 일을 하냐는 물음에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한다고 하면, 인권단체가 그런 활동도? 차별금지법 제정운동도 한다고 하면, 인권단체니까…. 공단노동자 권리찾기 운동을 한다고 하니, 공단이라는 곳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다가도 그 곳 노동자들 중에도 동료 괴롭히는 못된 사람들 많겠지? 하며 물어본다. 우리가 살기 팍팍하고 과로에 시달리는 세상이라서 ‘기후변화’도 온 거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차별에 맞서자는 게 그냥 좋은 일 하자는 게 아니라 많은 변화를 가져올 힘을 만들 거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진짜 권력자는 한 발 떨어져서 교양 있고 우아한 척하고 노동자들끼리 상처주고 부대끼는 게 다 힘이 없어서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참 어렵다. 누군가 인권의 힘은 직관에서 나오는 간명함과 울림이라고 하던데, 사랑방이 이 복잡한 세상의 실타래들을 풀 수 있는 ‘인권’을 잘 조직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이번 후원인 모집 사업에 보내주신 열렬한 호응이 이 모든 사랑방 활동에 대한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모두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