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10일간의 명상코스

9월 초반, 아버지와 함께 10일간의 명상코스에 다녀왔습니다. 들어가는 날과 나오는 날을 합하면 11박 12일의 긴 시간이었습니다.

명상코스에는 오히려 아주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참여한 수련생들 간에 침묵하기, 명상하기, 밥먹기, 명상하기, 명상하기, 명상하기...... ^^;; 결국 명상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수행하는 것’이라는 것을 시작한 지 며칠 지나서 알고 나니까, 오히려 스스로 애가 닳아서, '열심히 수행해야지!'라는 마음이 되었으니까요.

굳이 수련생들을 웃기고 울리는 시간은 없지만, 10일에 걸친 과정은 매우 훌륭하게 잘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완전 초보부터 상당히 수행경험이 있는 사람까지, 모두가 자신이 수행한 만큼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오래 못 앉아있는데 어떡하지?’, ‘나는 허리가 아픈데 어떡하지?’ 걱정을 하더라도, 다 배려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으니, 너무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명상코스를 진행하는 곳이 조금씩 시설을 갖추어나가면서, 지금은 1년에 약 20회의 10일 코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한번에 50~70명 정도가 참여를 하니까 1년에 약 1,000명의 사람이 이 코스를 경험하고 지나갑니다. 이만한 사람들이 경험하는데 크게 문제시되는 것이 없다는 것은, 사람들이 무리 없이 코스를 소화할 수 있고, 웬만한 문제는 배려 받고 해결될 수 있다는 뜻이겠네요.

저도 코스에 참여하기 전에 ‘내가 1시간 동안은 앉아있을 수 있을까?’, ‘허리가 아프면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부터 많이 했었는데, 결론적으로, 모두 괜찮았습니다. ^^ 지도법사 선생님께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혼자 노력도 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 오케이.

이런 쪽으로는 처음이신 아버지도, 잘 참으시고, 잘 배려 받으시고, 열심히 하셔서, 코스가 끝날 때쯤엔 하루에 한두 번은, ‘움직이지 않고’ 1시간씩 앉으실 수 있게 되었고, 코스에서 지도해주는 명상의 감각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셨습니다. 그러니,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노력한 정도에 따라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명상코스를 다녀온 이후에, 뭔가 “명상에 성공했어!”, “나는 명상을 잘해!”, “내 삶이 바뀌었어!” 라는 극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스스로에게 명확해지고, 삶의 방향을 잘 가다듬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 큰 이득인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명확해지니, 삶의 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ㅎㅎ

또 한 가지. 저도 코스에 참여해서 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 남녀노소, 내외국인, 스님도 - 명상코스에 참여했더군요. 그리고 그 중 또 많은 사람들이 요가를 경험하고 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명상과 요가를 경험하고 있구나.’ 라거나 ‘아... 정말 많은 사람들이 힘든 세상이구나. 명상과 요가를 통해 행복을 찾기를!’ 이렇게까지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명상코스 다녀온 후에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는 “요즘 ‘N포세대’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희망이 없음’의 상태를 마음수련, 소확행 등으로 버티려고 한다”고 하네요. 저는 명상과 요가를 ‘적극적인’ 행복을 쌓는 과정이라고 여겼지만, 누군가에게는 ‘회피와 부정’의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이 조금 씁쓸하네요.

아무튼, 명상코스의 최종 가르침을 저도 마지막으로 쓰고, 끝냅니다.

“모두가 불행에서 벗어나기를. 모두가 참된 평화, 참된 조화, 참된 행복을 누리기를.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