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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택시

가원

'엄마야. 내 지갑!.' 집에 도착해서야 지갑이 없어졌다는 걸 알고 헐레벌떡 택시를 잡아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내 표정이 다급해보였는지 택시 기사가 궁금해한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지갑은 됐고, 나랑 드라이브나 갑시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애꿎은 손을 마구 주물러대며 창 밖만 응시한다. 고작 15분 거리가 150분처럼 느껴졌던 어느날.

 

어쓰

해외여행을 가면 유독 짠돌이가 되는 성격에 여행지에서 택시를 타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다 한 번,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길이었는데 몇몇 사정이 겹쳐 여러 명이 돈을 모아 함께 택시를 탔다. 여행 내내 오래된 버스를 타고 다니다가 모처럼 누린 호사였지만, 돌이켜볼 때 결국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는 건 덜컹거리는 야간 버스라니, 사람이 참 이상하기도 하지 싶다.

 

민선

제시간에 꼭 도착해야 하는데 버스로는 불가능할 상황에서 급하게 택시를 잡아탔다. “기사님, 죄송하지만, 늦으면 안되서요 ㅠㅠ” 네비에 주소를 찍은 기사님이 안내해주는 길이 돌아가는 길이니 다른 길로 가겠다고 하셨다. 그 덕분에 도착예상시간을 5분 이상 단축해 무사히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네비만 믿으면 안 된다던 그 기사님이 정말 고마웠다. 그러고 보니 난 택시 타면 좋은 기사님을 주로 만났던 것 같다. 좋은 기사님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택시기사에게 승객이 폭행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좋은 기사님을 원한다면 마찬가지로 좋은 승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록

꽤 오래 전에 제주도를 걸어 다녔던 적이 있다. 첫 날은 산굼부리에서 시작해서 여러 오름들과 비자림을 보고 세화까지, 둘째 날은 세화에서 성산포, 우도까지. 지칠 대로 지치고 다리는 너무 아팠다. 바로 그 때 우도에서 하룻밤 자고 나와 내린 성산포 여객터미널에서 난 내 발밑에 떨어진 만 원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이건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서귀포까지 택시를 탔다. 난 그 때 축지법을 경험했다.

 

세주

예전에는 소형택시/중형택시 이렇게 나뉘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기본요금도 차이나고. 중형택시는 어린마음에도 꽤 널찍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택시를 타면 뒷 가운데 자리에 앉아 앞을 내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택시를 많이 탔었는지 이런 기억이 남아있다. 수능직전에 너무 몸이 피곤해 아침에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을 때 900m거리를 보름동안 택시를 탔는데 너무 행복했다. 신세계! 지금은 그때보다 건강해 졌는지 사랑방에서 밤늦게 귀가할 때 주로 이용한다. 근데 내가 평일에 지내는 이곳 택시요금보다 매번 적게 나오는 것은 신기한일이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