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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사랑방에 들어와서 달라진 점

사랑방에 들어와서 달라진 점

신새미(자원활동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 나는 산업보건 분야에 종사 중이다. 산업보건은 처음에는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운동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제도권 내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지 2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는 운동이 아닌 전공학문으로서 이 분야를 접했고, 소위 말하는 제도권 내에서 일하고 있다.

헌데 그렇게 수 년 간 세미나와 학회를 오가며 노동자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왔지만, 마음 한켠에 늘 답답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중 하나는, 노동자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자료는 수없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유'에 관한 글은 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데 복잡한 이유가 필요하냐고 물을 수 있다. 물론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반노동적인 사람조차도 노동자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게 다른 가치와 맞물렸을 때, '덜'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치 없는 것으로, 혹은 아예 몰아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후순위로 밀려도 어차피 실행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노동자의 건강이 기업의 수익, 국가의 발전, 질서의 확립 등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보다 '더' 중요함을 내세우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길을 찾아갈 방책을 제시하는 이야기는 내 주변에서 귀를 씻고 들을래도 들을 수가 없었다.

사실 자원활동가로서 소식지에 글을 쓸 순서가 돌아왔다는 기별을 받았을 때, 너무 이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사랑방에서 무엇을 했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하지만 몇 개월 전과 달라진 것 하나를 말할 수 있어 다행이다. 나는 노동자 건강이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라, 노동과 인간에 연관된 문제임을 말할 수 있고, 사회구조에 대한 인식 없이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논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