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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악기

11월에는 ‘내 인생의 악기’를 아그대다그대 이야기합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엄마가 다니라 해서. 
당시엔 늘 학원 가기가 너무 가기 싫었지만, 
그때 서양 음악을 즐기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인벤션 같은 다성 음악이 참 좋아서 
나름 중고딩 시절에도 집에 있던 피아노를 가끔 치곤 했다- 
어느날 동생에게 나는 흐름을 살리지 못하고 너무 딱딱하게 친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ㅋㅋ
그 후론 악기라곤 만져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 
지금은 기타 치는 이들이 부럽고 
언젠가 배워서 베이스를 잡아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글쎄 과연?
겨울 (유성) 

 악기를 배울 때..
인내라는 것 없이 악에 바치어 자리에서 튕겨 일어나곤 했어요. 
현악기 관악기도 쉬운게 없고, 끝까지 해본 것도 없고..
이제는 큰 조카 피아노 연주에 박수 치며 응원할 뿐입니다. 
연주는 못해도 곁에 두고는 살아요. 
머리 복잡하고 마음 엉퀴었을 때, 
멀리 산에 못가면 피아노 연주곡을 듣고, 오페라를 들어요. 
진정제로 좋답니다. 
영원에 가장 가까운 예술은 음악이라 하죠. 
미술이 영혼을 확장하면 음악을 깊은 영혼을 파고든다는데.. 
악기는 그곳에 가는 길이고 그 길을 함께 가는 친구겠죠. 
나도 그런 친구로 악기를 만나고 싶어요. 
산에도 갖고 다닐수 있는 작고 고요한 관악기가 좋겠는데... 일숙 



 “저 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기타를 치면서 노래만 하면 되거든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에바 케시디의 음악을 들으면 
그녀가 생전에 했다던 이 말이 늘 떠오른다.
그 두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내 삶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악기이길 늘 바라지만...
혼자있을때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니 
노래는 아닌 것 같다.
유유리 

 내 인생의 악기라... 여러 악기들이 내 손을 거쳐갔지. -_-:
먼저 피아노. 어린 시절 피아노에 대해 전망(?)을 갖고 배웠었다. 
나름 바하를 재밌어하며 쳤던 그런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선생님으로 바뀌고나서, 
그 선생님은 피아노를 치는 손모양이 잘못 되었다면서 
손목이 올라갈 때마다 펜으로 내 손등을 쳤었다. 
피아노 뚜껑쪽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게 했던 그 시간들, 
결국 견디지 못해 체르니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피아노를 그만 뒀었다. 
가끔 민중가요를 쳐보겠다며 피아노 앞에 앉곤 했는데, 
그저 음만 똥땅거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울컥, 
'왜 그 선생님을 만났었는가' 속상함이 치밀어오르기도 했다.
그 다음 플룻. 피아노와 인연이 아니던 때 음악을 하던 사촌언니의 친구가 
플룻을 가르쳐준 적이 있다. 그 언니가 내던 소리가 참 예뻤다. 
처음엔 입술을 어떻게 데야 하는지 몰라 참 어려웠다. 
소리들도 새고. 소리를 내려고 입술이 아플 때까지 연습을 거듭하니... 오호라. 
그러나 한창 재미를 느낄 무렵 가르쳐주던 언니가 유학을 떠나게 되어 플룻과의 인연도 끊게 되었다. 
꽤 시간이 지난 어느날 문득 떠올라 꺼낸 플룻, 
손질하지 않고 방치해두었더니 쇠냄새가 진동을 해 더이상 불 수 없게 되어버렸다. 참 속상했다.
나이가 들어 내 의지로 다시 한 번 배워보려고 했던 기타. 
그러나 술 한잔에 같이 부를 노래를 위한 반주(그것도 한정된 코드만 가능)만 겨우 할 줄 한다. 
그래도 언젠가 
제대로 된 청계천8가를 연주해보고 싶다는 
나의 로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사랑방 자원활동가인 풀잎이 빌려준 기타를 조만간 쳐봐야겠다.
ㅁ(민선) 



 아~~~~ 기타! 나의 로망,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는 나를 내가 볼 수 있을까? 
한 반년 배웠을까? 

그래도 못 하는 편은 아니라며 위로하던 선생님이 
난감한 표정을 지을 무렵 학원을 그만 두었다. 
방 한 구석 까만 가방 속에서 
몇 개월 째 빛을 못 본 내 기타에는 
'no music, no life'란 스티커가!
볼 때마다 민망스럽다.
시소(허혜영) 

중국에 있을 때 나는, 주로 시각장애인인 '거리의 악사'들의 얼후 연주에 
푹 빠져 있었다. 
누군가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우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거리의 악사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얼후 연주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거리의 한 구석을 초라하게 차지하고 있던 꼬질꼬질한 그들. 그들의 음악이 바로 그들의 삶의 소리였기 때문에 
가슴을 더욱 애잔하게 울렸던 것일까. 
그래서인지 나는 더욱더 그 악기와 소리의 매력에 빠졌던 것같다. 
중국에 있을 땐 나름 열심히 연습했는데,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제대로 잡아보지도 못하고(않고) 있어 
나의 얼후는 지금도 집안 한 귀퉁이에서 우두커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얼후(二胡)'는 우리의 해금과 비슷한 중국의 악기)
돌진(박석진) 

 나에게는 "악기=연습"이라는 등식이 각인되어 있고,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반복연습"이란 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싫어하는지라,
사실 나에게 내 인생의 악기란 없.다.!!
그래도, 악기에 대해서 새로운 느낌을 받은 거라면, 음... 통기타?
통기타를 조금 손댔을 때 C코드, D코드, G코드 정도만 알고 둥가둥가 쳐보았는데...
노래반주가 그럴 듯하게 되더라는 바로 그 느낌!!!
오오오 감동의 물결~ (@_@)b
하지만, 역시나 제대로 치려면 연습이 필요한지라,
그 연습의 조건을 채우지 못한 나는 지금도 대~충밖에 치지 못한다능-.
아해 

 이런 저런 생각이 끊이지 않아 
내 마음과 머리를 쉬지 못하게 할 때, 몸에 집중해본다. 
그중 상상 놀이는 내 몸이 콘트라베이스라고 여기면서 소리를 내보는 것이다. 
물론 상상 속에서~ 
저음을 좋아하는 편인데, 첼로는 너무 예민해서 싫고 
바이올린은 너무 팔랑거려서 별루다. 
오직 콘트라베이스만이 붕붕 떠서 흘러다니는 나를 잘 묶어준다. 
승은 
 

내 인생의 악기는 내 몸이다! ㅋ 
아는 사람만 아는 밴드지만 그래도 <이름하나 못짓고>라는 
이름도 어엿이 갖고 있는 밴드의 보컬이니 목소리를 내세울 수밖에. ㅡ,ㅡ;; 
잘하든 못하든 난 노래부르는 게 참 즐겁고, 
노래를 통해 많은 걸 배워오기도 한 듯.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랑 학교 체육관 대기실에서 
끝도 없이 노래 부르면서 쌓인 얘기들을 나눴던 기억이나, 
대학교 동아리방에서
멋대로 기타 치면서 노래책을 읽어내리며 세상을 배웠던 기억이나, 
사람들과 어울려 여럿이지만 하나인 소리들을 만들어낼 때의 즐거움은
나를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무엇이다. 
어쨌든 나는 내 인생의 악기를 놓치지 않을 테다!!! ^^
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