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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주민들이 스스로 일구는 희망을 보다

그동안 성북대안개발프로젝트에 함께 했던 이들과 1박2일로 부산에 다녀왔어요. 부산에 물만골 공동체라고 한국에서 대안적 마을 만들기를 처음으로 시도한 곳이 있는데 그곳을 답사하기 위해서였죠. 물만골 공동체는 황령산 속에 위치해있어요. 시청에서 자동차로 10분이 안 되는 거리인데도 분위기가 너무 달라 마치 도심이라는 바다 위에 홀연히 떠 있는 섬 같은 느낌이었어요. (찰칵찰칵 디카로 담은 풍경을 전합니다만, 생생하게 만나보고 싶으신 분은 영화 ‘1번가의 기적’을 보세요. 저도 아직 보지는 못했는데 이 영화를 물만골에서 촬영했다고 하네요. 임창정이 살았던 컨테이너 박스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는... ^^)

 물만골 공동체는 80년대 초부터 저소득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개발과 철거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작되었대요. 대규모 재개발과 이로 인한 환경 파괴에 반대하면서 대안적 마을과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대책위원회가 구성된 97년부터 본격적인 마을 만들기를 시도했다고 하네요. 오랫동안 철거싸움을 하면서 단단하게 뭉친 주민들이 안정적인 마을 만들기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토지 매입! 세 차례에 걸쳐 공동 명의로 전체의 70%나 되는 토지를 매입하게 되면서 주변이 개발 흐름으로 들썩여도 공동체를 지속할 수 있는 물적인 조건을 마련했다는 이야기에 귀가 번쩍! 여기에 주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가 인정되어 2002년 생태마을로 지정되는 성과까지! 
이렇게 완전 부러운 이야기만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역시 만만치 않지요. 물만골 공동체가 풀어야 할 문제들도 많이 있었어요. 푸세식 화장실에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아 젊은 사람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나고, 개발이 되어 한 몫 잡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고, 부산시청과 연제구청은 무척이나 비(반)협조적이고...

그러나 문제란 놈은 풀라고 있는 거겠지요.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만들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들, 이를 현실로 펼칠 의지가 가득한 주민들이 물만골 공동체에는 있습니다.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만큼 생활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역자활사업을 계획하고 있고, 실질적인 주거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 모색도 전문가, 사회단체 등 다양한 이들과 함께 해나갈 거라고 하네요. 여기에 생태마을 물만골의 입지가 다져지도록 견학 프로그램도 준비될 예정이고, 주민들 스스로 대안적인 틀에 대한 고민을 심화할 수 있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도 해나간다고 해요. 그동안 성북대안개발프로젝트에 함께 하면서 그토록 고대했지만 차마 현실로 꿈꾸기에는 두려움이 앞섰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마을 만들기가 물만골 공동체에서도 시도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너무도 기뻤어요. 이렇게 얻은 힘으로 올해도 삼선4구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희망을 만들어갈 듯해요. 그 과정 과정을 사람사랑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눌 께요. 관심 많이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