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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베트남에도 ‘노근리’가 있다

한국군, 임산부·어린아이 총으로 무차별 사살


“한국군이 베트남의 무고한 양민을 학살했다”

최근 미군이 저지른 노근리 등지의 양민학살의 진상이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에서도 한국군에 의한 양민학살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간 베트남양민학살 진상규명운동을 벌여온 ‘베트남연대’는 10일 오후 4시 서울 장충동 여성사회교육원 강당에서 ‘파월 한국군의 양민학살 의혹 규명’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베트남연대는 베트남 주민의 학살증언을 소개하고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나와우리 대표 김현아 씨는 월남전 당시 한국군인에 의한 양민학살 증언했다. 다음은 김 씨가 베트남 양민들로부터 들은 증언의 일부이다.

․월남전 당시 생존자인 팜반꾹(67) 씨는 “한국군이 이곳에 쳐들어왔을 때 마을에는 부녀자와 노인들만 있었는데 한국군은 주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안심시킨 뒤 사람들을 모아놓고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져 5백49명의 주민이 학살됐다”며 “이 중에는 임산부와 어린아이들도 포함돼 있었으나 진창구덩이에는 몇 명의 아이들이 사람들 아래에 깔린 채 살아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논에 나갔다 저녁에야 집에 들어온 사람들은 아내와 가족들이 모두 죽은 사실을 발견해 경악했으며, 어떤 집은 20여명의 가족이 몰살을 당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꼼꼼히 기록한 노트를 보면서 정확한 수치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푹흥 지역의 생존자인 쩐 쑤언칸(72) 씨는 “내가 학살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어있었고, 땅굴로 피신해 갔는데 한국군들이 던진 수류탄에 이미 22명의 사람들이 죽어 있었다. 그후 마을 사람들은 모두 마을을 버리고 이주했으며 내 가족의 경우 모두 4명이 살해됐고 나 혼자 살아남았다”고 증언했다.

한국군이 주로 파병된 지역은 베트남 중부지역으로 학살의혹이 제기되는 마을은 모두 인접해 있다. 각 마을에는 학살증언자와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주민들은 위령비를 ‘증오비’로 부르고 있어 베트남 주민들의 한과 슬픔의 깊이를 전하고 있다.

김 씨는 “전쟁 중에 일어난 양민학살은 제네바협상에도 위배되는 명백한 범죄”라며 “학살과 관련된 증인이 주민들 밖에 없는 상태지만 한국정부는 학살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연대는 진상규명을 위해 공동조사단을 구성하자는 내용의 결의서를 한국 정부에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