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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요리를 한다는 것...

누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내용물의 반 이상이 당면인 참치 김치찌게'라고 말하리라.

4~5만원했던 회전초밥이나 외국 음식도 아니고,
호텔의 뷔페도 아니고.....

더운 여름날 옥탑방에서
햇볕에 달구어진 방안에서 땀흘리면서도 먹었던 참치 김치찌게를 가장 좋아한다.
그 여름 당면을 너무 좋아했던 한 사람이 만들었던 참지 김치찌게를 질리게 먹었지만
지금도 가끔 그 요리가 생각난다.

요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맛을 낸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이리라.
그것을 먹을 사람을 생각하는 것.....

그렇기에 요리는 맛이 아니라 추억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

요새 요리를 배우고 있다.
독립을 위해, 그리고 내 옆의 사람들을 위해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요리를 배워도 할 공간이 없다는 생각에 미루었던 일을 저질렀다.

정말 부끄럽게도 할 수 있는 요리가 별로 없었다.
석달동안 배운다고 많이 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요리의 즐거움에 가까이 갈 수 있겠지....

나는 오늘도 요리를 상상한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맛있게 나눌 미래의 누군가를 만나는 상상을 한다.
위 글은 내 개인 블로그에 최근 올린 글이다. 사실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 중에 하나는 나중에 사랑방 상근을 하게 되면 돌아가면서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데 그게 은근히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배우기 시작한 요리, 그리고 앞으로 배우게 될 다른 것들을 사랑방 사람들과 함께 나눌 시간은 당분간 뒤로 미루어 두어야 한다.

3/4분기 총회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활동을 쉬게 되었다. 내년 한해라고 우선 이야기했지만 다음 해에는 다시 사랑방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돋움 활동 신청 자기소개서에도 썼었지만 몇 년 뒤 내가 정착할 곳, 누군가 ‘초코는 사랑방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듣게 하는 곳... 그곳이 사랑방이다. 

영화제 기간 스크린에 비치는 조명을 막기 위해 비로 미끄러운 가로등을 미끄러지면서도 다시 올라가 조명을 박스로 가렸던 아름다운 활동가가 있는 곳. 조심스럽게 말하면서도 항상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활동가가 있는 곳.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 운동과 삶의 무게에 대한 답답함을 알콜 내음과 함께 토해내던 활동가가 있는 곳. 기륭에서, 촛불 광장에서, 이랜드에서, 평택에서 분노와 울음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온, 그리고 앞으로도 지켜올 활동가가 있는 곳.

몇 년 뒤 나는 사랑방 주방에서 그들과 함께 맛있게 먹을 요리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거다. 그리고 사람들과 짐을 싣고 거리를, 광장을, 휴식처를 멋진 드라이브 솜씨로 바쁘게 그러나 즐겁게 돌아다닐 것이다. 너무 머지 않은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