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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안녕하세요

설날도 지났습니다. 새해 새 계획을 세워 놓고 이래저래 오십 여일을 흘려보낸 후 맞는 설날은 덤으로 받은 시간입니다. 계획대로 실천할 때라는 강도 ‘센’ 경고이기도 하지만, 푹 쉬고 시작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어서(정부가 아닌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고맙기도 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이런저런 쩨쩨한 핑계를 대며 뭉그적거릴 수가 없습니다. 또 한해를 살아야 하니까요. 여러분도 한 해 힘차게 사시고, 계획하신 일들 꼭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저는 막 돋움활동가를 시작한 김일숙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의심합니다. 의기충천해서 요란하게 일을 벌였다가 첫 장애물에서부터 꼬꾸라진 일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시작으로 절반을 인정받는 것은 거저먹는 일입니다. 계속 전진하는 것이 옳은 일이며 쉬어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마음먹은 곳, 거기 끝까지 가는 것이 맞습니다. 이것이 돋움활동가를 결심할 때 가졌던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활동가들이 용기를 주었고, 힘이 되어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든든합니다. 강한 사람들이니까 쉽게 동아줄이 끊어질 리 없습니다.

올 해 할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무겁긴 합니다. 회의에 참석해서 의견을 내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닌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몸으로 해야 할 일도 많고, 익혀 배울 것, 공부할 것도 많습니다. 혼자서 정진할 일도 있습니다. 모두다 해야 할 일입니다. 힘들겠지만 두 발 두 손을 담그고 모내기를 하듯 해보렵니다. 서로의 보폭을 맞춰가며, 콧노래를 불러가며 흥겹게 말입니다. 틈나시는대로 응원해 주십시오.

불자는 아니지만 종종 동네 화계사로 산책을 갑니다.
섣달 그믐날, 화계사 회보에서 본 글귀가 잊혀지지 않아 이곳에 옮겨 적습니다.
    작년의 가난은 가난이라 할 것이 못되거니
    금년의 가난이야말로 참된 가난이네.
    작년의 가난은 송곳 꽂을 땅이라도 있었지만
    금년의 가난은 송곳 꽂을 자리조차 없네.
    -향엄(香嚴) 화상의 오도송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