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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진심, 웃음, 끝까지 깔깔깔!

벌써 12월이네요. 이제 2011년도 다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합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연말이면 ‘내가 1년 동안 뭐했나?’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특히나 올해 처음으로 집행조정을 맡으면서 결심했던 것들을 다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시원섭섭합니다. 집행조정을 맡으면서 해야만 하는 자잘한 살림과 빈구석 채우기가 힘들었는데.... 그렇다고 잘해낸 것도 아닌 것 같아 더욱 마음이 편치 못하네요. 더구나 개인적으로 인권현장에서 발로 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안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하면서 다른 일들을 할 수 없게 되어 힘들었지요. 

그래도 희망버스에서 깔깔깔을 하면서 조금 힘을 얻었어요. 마음을 움직인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간단한 일인지, 마음이 움직이면 발도 따라 움직인다는 걸 새삼 확인하였답니다. 희망버스를 탄 사람들이 모두 그러하겠지만 제가 희망버스를 탄 것은 사람 때문이었어요. 전 김진숙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해요. 그저 토론회나 글로만, 연설로만 아는 분이었지요. 기사를 통해 그녀가 몰래 크레인에 올라갔다는 걸 알았지요. 정리해고 철회될 때까지 안 내려오겠다는 결심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잠행한 그 결심도 놀라웠거니와 김주익 열사가 돌아가신 후 혼자 따뜻한 방에서 지낼 수 없어 냉방에서 몇 년을 보냈다는 사실이 모두 놀라웠지요. 그래서 한번은 가봐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부산이라는 먼 곳에, 아는 사람도 없는 한진중공업이라는 곳에 어떻게 가야할지 몰라 그렇게 석 달을 보내고 있었지요. 그때 한 사람이 제안했어요. 투쟁하는 곳도 많고, 힘들지만 우리 돌아다니면서 서로 힘을 주고, 희망을 얘기하는 거 어떻겠냐구요. 그러면서 한진중공업으로 희망을 실고 가자구요. 저만이 아니라 주변 활동가들을 만나가면서 함께 가자고 얘기하더라구요. 그가 바로 희망버스 주동자로 구속된 송경동이라는 시인입니다. 그는 기륭전자 장기투쟁 때도 목숨 걸고 투쟁했던 사람이지요. 무모하리만큼 아픈 현실에 대한 진심이 가득한 사람이지요. 아마도 제가 저 멀리 부산까지 가게 된 것은, 그리고 김진숙과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은 아마도 송 시인 때문일 것입니다. 역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건 사람일 때 더 감동인가봐요. 물론 그만은 아니겠지요. 그런 진심을 불러준 여러 사람들이 각자 주변에 손을 내밀어서 다들 희망버스를 타고 간 것이니까요. 

그리고 희망버스가 2011년에 가장 기억이 남는 이유는 웃음 때문인 거 같아요. 진심만으로는 저에게, 우리 모두에게 힘을 주기에는, 발을 움직이기에는 조금 모자라잖아요. 김진숙 씨가 농성 중에 항상 하던 말처럼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이라고 했던 것처럼, 희망버스의 도우미들의 명칭이 ‘깔깔깔’이었던 것처럼 즐겁게 싸워보겠다는 마음이, 이 순간을 즐거이 받아들이겠다는 태도가 저에게 힘을 줬던 거 같아요. 갔다 오면 힘들지만, 그 1박2일이, 희망버스를 준비하는 시간들이 웃음으로 가득했어요. 현장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울며 보내던 그 순간들이 생생합니다. 처음으로 집회에 가는 사람을 포함해 희망버스에 탄 모든 사람들이 서로에게 진지하게 웃음으로 마음을 전하던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이제 얼마 안 남은 12월, 그리고 다가올 2012년도 웃으면서 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사를 포함한 생활도, 웃으면서 보내려고 합니다.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웃어넘기지 못할 때가 많기는 하지만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제 주변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연초에 세운 집행조정으로서의 일도 잘 마무리해보려고 합니다. 제 진심이 잘 전달이 안 돼 힘들거나 삐걱거릴 때가 있기는 하지만 진심을 주변에 전달해보려고 합니다. 언젠가 진심은 통할 테니까요. 그러니, 여러분! 저에게 힘 좀 주세요. 웃음주세요. 농담 아닙니다.^^깔깔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