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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이 여름, 제주 강정 마을로...

안식년이었던 2009년 제주 올레 길을 친구와 함께 걸었다. 하루에 한 코스씩 6일간 꼬박 걸었고, 마지막 날은 7코스를 관통하는 강정마을을 지나갔다. 당시 해군기지 싸움이 소강상태에 있어서였는지 강정마을은 조용했다. 점심 무렵 강정마을에 들어서자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작은 깃발들이 집집마다 휘날렸다. 깃발들이 없었다면 이곳이 해군기지를 강행하려는 곳인지 알 수 없었을 정도였다. 강정에 온 그날은 바람이 몹시 불었다. 정말 산만한 파도가 몰려오는 데 그 와중에 평화로이 고기를 잡는 사람들을 보면서, 묘한 마음이 들었다. 올레 길을 걷는 동안, 많은 바닷길을 걸었고 파도를 봤지만, 가장 웅장한 파도와 만난 경험은 강정마을이었다. 강정마을에서 반나절은 그렇게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서울로 와서 틈틈이 뉴스를 통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소식을 듣고 강정마을 주민들은 어찌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나의 일상은 또다시 서울의 시간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2011년 8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만들려고 행정대집행을 한다는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미 지난 7월 17일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나섰던 고권일 반대대책위 위원장, 평화활동가 송강호 박사 등이 구속되었다. 경찰은 연일 주민들과 지킴이들에게 소환장을 보내고 해군은 마을주민에게 2억 9천만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하는 한편 강동균 마을회장을 비롯해 주민과 평화활동가들 77명 대상으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제기하기도 했다. 지역주민들이 겪고 있을 몸 고생과 마음 아픔이 다가온다. 하루하루 손을 꼽으면서 오늘도 하루를 견디어냈다는 안도감으로 긴 숨을 내쉬고 있을 평화운동가들도 눈에 선하다. 

사실 하늘 길로 제주에 가는 일이 경제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인권활동가들은 김포공항에 가서 강정(한과의 일종)을 넣은 유인물을 관광객에게 주며 제주해군기지 반대 소식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하거나 지지 현수막을 강정마을로 보내기도 했다. 강정마을에 있는 인권활동가들이 강정마을 소식을 전하며 ‘와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간곡한 호소에 8월 6일 전후로 인권활동가들이 제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강정 마을의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 부디 이번 여름 제주 강정마을로 와주었으면 좋겠다. 잠 자리에 들기 전, 전쟁과 공포로부터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