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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두드림과 설렘

오늘 참으로 오랜만에 출근이란 것을 해보았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반질 나게 닦아놓은 구두와 어젯밤에 다려놓은 셔츠를 입으며 작은 두드림과 설렘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아르바이트를 가면서 이런 설렘을 느낀 다는 게 조금은 신기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두근거림이 살아지기도 전에 `인권운동사랑방 사람사랑에 자원 활동가의 편지를 한통 써보면 어떻겠냐.`라는 전화를 받고 다시 한 번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침에 두드림이 작은 설렘이라면, 사랑방에서 온 전화는 수즙음의 떨림이었습니다. 나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것, 내가 가진 무엇인가를 표현한다는 것 그것은 수줍음과 부끄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떻게든 하기 싫다고..... 정중히 거절하는 방법을 생각했어야 하는데 입으로는 그럴께요 라는... 정말 마음에 없는 말이 나와 버렸습니다. 허... 어떻게 입이 마음속에 있는 말은 이렇게도 안하는지 정말 확!!!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정도였습니다. 

전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하기 전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이주민 활동을 하였습니다. 거창하게 표현 하면 활동가이지만, 제 생각엔 이주민들과 함께 그냥 뒹굴뒹굴 거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처음 만났던 이주민들, 손 붙잡고 찾아간 회사, 함께 떠났던 여행. 말보다는 마음과 몸으로 부딪치며 때론 함께 울기도 때론 티격티격 다투면서 보낸 그 시간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한다는 느낌을 주었던 시간 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한다는 것. 서로의 다른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는 감성과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 그것은 제가 존재하는 그 무엇인가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였습니다. 

요즘 이주민이 많이 살고 있어 어느 곳에서나 이주민들을 자주 만날 수 있지만, 이 사회에서 바라보는 이주민들의 모습과 사람으로 만나는 이주민의 모습은 너무 달랐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찾아오는 이주민, 가난한 나라에서 한국을 동경하여 찾아오는 이주민, 가족과 떨어져 살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불쌍한 사람들, 임금체불과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 그리고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는 사람들까지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단면들이 머릿속으로 그 사람들을 규정지어 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기도 하였고, 임금체불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그 하나로 규정짓기에는 모두 다른 사람이었고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규정짓고 있는 시선들이 우리 머릿속에서 `아, 이주민은 그런 사람들이지` 이렇게 규정짓고 있었습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그들과 보낸 시간은 저에게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단체에서 사고치고 도망치거나 이런 건 절대!! 아닙니다. 일련의 사정들이 생겨서 눈물을 머금고ㅠㅠ) 사회의 시선 속에서 규정지어 지고 있는 사람들, 자신들의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추어진 모습으로 규정되어 지고 있는 현실들, 작은 목소리를 외면하고 큰 목소리만을 주목하는 사회까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자꾸 외면하라고 요구하는 그 모습을 바꾸는 게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자원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과 행복 속에 살아가는 그 때 활동을 멈추려고 합니다. 언젠가 그 날이 찾아오겠죠?? 빨리 찾아와서 우리 모두 더 이상 활동하지 않고 사랑만 하면서 지낼 수 있는 날이 찾아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