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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몸을 새롭게

춥네요. 그리고 2월 달에 먼 타국으로 떠날 예정인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가 문득 떠오르는 저의 모습이에요. 어쩌다 보니, 인권운동사랑방을 알게 되어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오게 되었어요. 이번에 강제퇴거감시단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아마 주거권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될 것 같아요. ^^ 

저는 이런 거 잘 몰라요. 인권, 촛불, 집회, 투쟁, 뭐 이런 것들. 솔직하게 조금 어색해요. 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구요. 그래서 지금은,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싶고 배우고 싶어요. 배우는 걸 좋아하거든요. 강제퇴거감시단을 하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예전엔 들렸지만 듣지 않았던 것들이죠. 보였지만 보지 않았던 것들이고요. 

저는 상도4동 가까이에 살았어요. 바로 아랫동네였죠. 그러고 보니, 동작구청 앞에는 ‘시끄럽게’ 매일매일 투쟁하던 분들이 있었어요. 그 분들이 아마 상도4동 사람들인 것 같아요. 시끄럽다고 싫어했던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냥 몰랐죠. 그러던 어느 날, 무슨 일이 있다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래서 ‘차가 막혔다고’. 저는 그 때 용산에서 공익근무요원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날도 평소처럼 한강다리를 건넜겠지만, 저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들었어도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어쩌다 보니,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이런 곳을 오게 되고 그런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어요. 2년 전에 내가 그곳에 있었고, 가까이에 있었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까막눈이 글씨를 읽게 되듯, 아기가 걸음마를 익히듯, 조금씩 듣고 배우면 제 몸도 제 구실을 할 수 있겠지요. 그때쯤 제 몸은 어디에서 일하고 있을까요? 

어느새 대학교 졸업을 1년 앞둔 겨울방학이네요. 엄마, 아빠는 한창 토익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취업에 도움되지 않는 곳’을 기웃거리는 철없는 아이가 답답한가 봅니다. 철없는 아이는 이게 다~ ‘훌륭한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공부라고 우깁니다. 사실, 앞으로 여자친구가 ‘없는’ 1년 동안은 계~속 ‘취업에 도움되지 않는 공부’를 하려고 해요. 그리고 어떻게 사는 삶이 훌륭한 삶인지 고민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