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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봄입니다. 서울은 목련과 개나리, 벚꽃이 만발합니다. 그렇습니다. 서울의 봄입니다.
하지만 2008년 4월, 서울의 봄은 우울하기까지 합니다.

인권활동가들은 새해 초부터 ‘독립적인 국가인권위원회 사수를 위한 농성’을 했습니다.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길게 끌어오던 농성장을 경찰의 방어아래 용역깡패들에게 폭력적으로 침탈당했습니다. 재능교육 학습지 노조원들은 6번씩이나 농성장을 침탈당한 것도 모자라 오늘은 27명이 연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던 등록금인상반대집회 때 경찰은 체포 전담조(백골단)를 투입한다고 했습니다. 집회와 시위 보장은 뒷전이고 복면착용금지와 테이져 건(전기총)을 사용을 한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이래도 서울의 봄이 화창하기만 할까요? 이 뿐만이 아니지요.
이주노동자들은 표적단속에 끌려가 냉동탑차에 실려 강제출국이 되고, 장기투쟁 사업장들은 더더욱 지쳐가고 있습니다. 열심히 진행되던 투쟁들은 하나둘 그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것도 모자라 대운하를 개발한다고 합니다.

제가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보면 이렇게 우울한 봄은 처음입니다.^^

너무 줄줄이 한탄만, 문제점들만 늘어놓았나요?

그렇다면 대운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털어놓겠습니다. 이명박은 4년 만에 540km,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운하를 판다고 합니다. 대단한 투지입니다.

대운하가 이슈가 되다보니 이곳저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드셉니다. 생태계파괴와 경제적인 문제, 물류에 대한, 문화제에 대한 문제 등 각자의 영역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권운동도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대운하의 문제를 뛰어넘어서 생태운동과 인권운동의 지속적인 만남을 말이지요. 하지만 제게 이런 일은 막막하고 막연한 고민입니다. 소통과 경계를 넘어서 활동하다보면 뭔가 하나의 꼭짓점이 나오겠지요.

제가 대운하를 보며 걱정되는 것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대운하에 우리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을 사이, 어느 곳에서는 무지막지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둘째는 대운하가 끝을 보지 못하고 중간에 멈춰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 소름끼치는 상황들입니다.

대운하가 중간에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땅은 영원히 복구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수많은 생명체들은 없어지거나 아파할 것입니다. 또한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의 공간을, 생명이 움트던 그 ‘땅’을 빼앗거나 망가뜨리는 일이 발생하겠지요.
인간은 그들의(동, 식물, 사람) 터전을 망가뜨릴 권리는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편의는 엄청난 희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요. 대운하 뿐 아니라 여러 개발 사업들에서도 문제점을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니, 원래부터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개발이 가진 자를 위한, 이익만을 위한 개발이 되어버렸을까요. 좀 더 공존할 수 있고, 배려하는 개발, 정말 필요한 개발만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대운하를 정말 실행하려고 한다면 이번 6월 국회에서 대운하 특별법을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정말 대운하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들은 유토피아(Utopia)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디스토피아(Dystopia)가 될 것입니다.

대운하특별법을 저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아가 대운하를 저지해야 하고요.
“대운하를 어떻게 막아야 하지요?” 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열심히 막아야지요.” 라는,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어떻게 보면 굉장히 포괄적인 말을 할 것입니다. 그저 다른 운동단체들과, 그리고 사람들과 대운하개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며 방법을, 고민을 구체화시키며 찾아가는 것이지요.

어느 순간, 돌아보니 시멘트가 희망이 되어버린 이 땅을 보게 됩니다. 신기한 것은 시멘트를 뚫고 나오는 풀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풀을 보신다면 꼭 격려를 해주세요.
“더 많이! 더 세게! 더 열심히 뚫고 나오세요.” 하고 말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서울의 봄이, 아니 이 땅의 봄이 우울함보다는 유쾌한 기분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