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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내가 생각하는 인권은..

나에게 인권이란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말처럼 추상적이었다. 차별에 반대하고 인간다울 권리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외치면서도 ‘인권’이란 단지 입 속에서만 맴도는 구호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대학교 3학년 때 였을 것이다. 고 김형율씨를 만난 건.
왜소한 체격, 핏기 없는 얼굴의 그였지만 원폭피해자의 인권을 하나하나 말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원폭2세환우이자 활동가였던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원폭피해2세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 그는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인간으로서의 삶조차도 인정되지 않는 고립감과 외로움을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원폭2세환우라 했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평범한 꿈조차도 인정되지 않는 삶이라는 그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가져야 하고 지켜야 할 것이지만, 거대한 자본의 흐름 속에서, 지나간 역사 속에서, 일상 속 폭력 속에서 잃어버린 내 삶 속의 권리가 인권일 것이고, 그것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일 게다.
이젠 고인이 되신,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을 되새겨 본다.

가장 구체적으로 인권을 구현하는 방법은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반 인권적 요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반년을 자원활동 하면서도 인권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지 어쩐지 잘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분노하고,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 이들의 고통에 눈물짓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가슴 벅차오른다. ‘인간’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함께 설 때 희망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나 또한 그 일부분임을 안다. ‘나’가 ‘함께’할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