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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돋움 활동 일 년 _ 잘 살고 있나?

사랑방에서 활동을 하려고 문을 두드린지 벌써 일 년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또 살아보려고 돋움활동가가 된지 반년이 지나 갑니다. 그 동안에 회사에서 정식으로 8번이나 돈을 받았습니다. 돈을 받고 가장 먼저 한 건 엄마 빨간 내복을 사고, 나머진 엄마께 드렸죠. 그 다음에는 그동안 연락 못했던, 혹은 아직 공부를 하고 있는, 혹은 활동을 하고 있는, 시험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친구들, 선후배에게 밥을 샀습니다. 밥을 사겠다고 연락을 하고 밥을 먹고 나니 자기가 먼저 돈을 내는 녀석도 있고, 밥은 되었으니 라이터나 하나 사놓으라고 하는 친구도 있고, 이젠 연애도 해야 되지 않겠냐며 나를 바에 데려가 이런저런 술을 소개 해준 선배도 있었습니다. 회사의 상사는 새 차를 한 대 사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하고, 좋은 재테크 방법을 소개 해준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 시절에 회사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모두의 말 대로 행운이자 복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월급이라는 것을 받으면서 내가 이런 돈을 받는 다는 생각에 조금 놀랍기도 하고,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복잡하고 갑갑해 졌습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도 해 보기도 했지만 받은 돈이 이렇게 무거운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꽤 중요하긴 한 것 같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선, 후배, 친구들을 만났을 때 결국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저것(돈)이더군요. 필요한 것들이기도 하고, 가끔은 꽤 중요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바라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불편하고, 걱정이 되고, 부끄럽습니다.

적고 많음을 함부로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액수만으로는 제가 받은 것보다 적은 급여를 받는 분들도 있고, 그에 더해 육체적으로 고된 일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 반대인 경우도 있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피해를 주면서 까지 돈을 버는 사람도 있구요. 하지만, 삶을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을 받거나, 혹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처지의 이들도 있지요. 이런 것을 모두 다 개개인의 몫으로 돌리기엔 너무 큰 차이 인 것 같아 마음이 불편 합니다. 어디에선가 최저생계비를 보장 하라고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가 귀에서 맴돌아 귀를 닫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이제 막 일을 시작 했으니 아직도 세상에는 모르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마치 제게 운이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실제로 제가 운(혹은 복)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어요. 운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함부로 이야기해도 되는 건지도 모르겠고.... 더욱이 과거에 운이 있었다고 앞으로도 계속 운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 하지도 않구요. 그런데 ‘지금’ 만약 제가 알던 모르던 저에게 운이 있다면 이 운을 나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이 말도 안 되게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한번 내뱉은 말은 담을 수 없는데, 이렇게 편지글로 남기기까지 하니 언젠가는 이불속에서 두 주먹 꼭 쥐고 하이킥을 백 만번쯤 날리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집에서도 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 학생 때는 가끔 집에서 음식도 하고 (말도 안되는 음식이지만 시도이지요) 그랬는데 요새는 그러지 못하고 있어서 집에서도 참 죄송한 마음입니다. 엄마는 제가 직장을 가지게 되면 저와 같이 이런저런 생활을 하는 것을 예상했었는데, 오히려 돋움활동을 하면서 주말에도 밖에 휙 나가거나 아니면 방에 처박혀 책보거나, 잠자거나 이러다보니 불만이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그래서 앞으로 계속 방법도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잘 할 수 있는 것, 좋아 하는 것, 혹은 나에게 재미있는 것들이 모두 다 같으면 좋을 텐데, 그러기는 쉽지 않지만, 혹시나 이것들을 일치시킬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 볼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일은 모르는 것이지만, 그러면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내 삶이.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저를 위한 생각이라는게 참... 가족과 사랑방 식구들한테 너무 빚을 쌓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사실 회사에서도 어쩌면 제게 기대 한 것보다 훨씬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제 선배께 죄송한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족, 사랑방식구들, 그리고 제가 모든 이들에게 쌓아둔 빚을 갚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방법도 분명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즐겁게 웃으면서 달릴 수 있는 방법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