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다시보는 인권하루소식] 성혜의 투쟁을 보며 느끼는 좌절, 분노 그리고 희망

<인권하루소식>은 지난 2월부터 학교를 비판하는 글을 교육청 게시판에 올렸다가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았던 성혜의 이야기를 몇 차례 기사화했다. 사실 위주로 다루다 보니 지난 10여 개월 동안 명예훼손 고소, 퇴학처분, 최근에는 사회봉사처분까지 학교로부터 각종 시달림을 당하면서 느꼈을 성혜의 고민과 갈등을 많이 담지 못했다. 하여 이번 지면을 통해 <인권하루소식>에 소개하지 못했던 성혜의 이야기와 이야기를 들으면서 들었던 기자의 생각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좌절 하나, 아직도 그대로야!!
"그 동안 많이 힘들었겠어요?"라는 질문에 성혜는 너무나 의젓하게 대답한다. "저보다 선생님들이랑 친구, 후배, 선배들이 더 고생이 많아요." 10개월간의 싸움이 성혜를 더 어른스럽게 만든 것일까?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성혜에게 그간의 시간은 너무나 큰 상처를 남겼다. '누군가의 조정을 받고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게 아니냐'는 선도위원회 선생님들의 억지 조사, '내가 선생님이었어도 너 고발했겠다'라는 교육청 관계자의 폭언, 성혜를 문제아로만 바라보는 친척들의 시선들..... 결국 '학생이 스스로 생각할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학교와 '학생은 선생님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여기는 교육청, 그리고 어른들의 편견과 권위적인 자세가 성혜를 짓눌러 왔던 것이다. 아직도 학생의 인권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이를 정당화하기까지 하는 학교 얘기를 듣고 있자니 끝끝내 학교만은 변하지 않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분노 하나, 학생 징계로는 부족하다?
학교측은 성혜에게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도 부족해 학교의 부당징계를 알리던 선생님들마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까기 했다. 이에 대해 성혜는 "진정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그리고 학생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교감선생님의 명예를 들먹이며 제자를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들을 고발할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더욱이 성혜의 말에 따르면 학교가 이번 학기에 '불법집회에 참가한 학생을 징계한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등 학생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교칙을 바꿨다고 한다. 결국 용화여고 사태는 학생을 학교의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힘으로 눌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학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학생 위에 군림하려는 학교! 정말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희망 하나, 부당한 것에 지지 않을래요
사람들은 왜 힘든 길을 가느냐고, 그냥 전학을 갔더라면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거라고 성혜에게 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성혜는 학교가 부당한 징계를 했기 때문에 자신은 싸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학생을 주체적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권위적으로 대하려는 학교 자체가 문제인 거지...." 아마 성혜가 학교의 억압 속에서도 지금까지 당당하게 투쟁할 수 있었던 이유일 게다. 부당함에지지 않기 위해 피하지 않고 싸움을 준비하는 성혜를 보면서 학교가 그리고 사회가 이런 아이들에 의해 조금씩 변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희망 둘, 혼자가 아니예요
성혜가 학교와의 싸움에서 당당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늘 옆에서 함께 해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추위 속에서도 학교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선전전을 하고 삭발까지 하던 선생님들, 학교 게시판에 실명으로 학교가 옳지 못함을 지적하는 글을 올린 후배와 친구들, 학교에 직접 찾아가 교감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던 졸업생들. 이제는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다고 성혜는 말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는데 실망시킬 순 없죠. 더 열심히 싸워야죠" 아마 이들이 없었다면 성혜는 금방 나가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 이미 성혜의 싸움은 이긴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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