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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사랑방 활동을 하면 좀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의 정인(情人)이 되길 꿈꾸는 정인 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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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홍대 앞 놀이터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으면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후원인 정인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제가 사랑방 활동하기 전에 사랑방에서 자원 활동을 하면서 전성기(?)를 보내셨다고 하더군요. 최근에는 홍대 근처에 있는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어 밤거리에서 더욱 자주 마주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일을 열심히 하고 계신 듯합니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사랑방에 못 가는 대신 사랑방 근처에 머물게 된 정인입니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라는 노래를 들으며 서른이 되면 난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절대 인연이 닿지 않을 것 같았던 출판계에 갓 입문하여 하루하루 즐겁기도 하고 고달프기도 한 다이나믹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요. 사람과 술을 좋아해서 스스로 감당하기 벅찰 때가 많고 죽을 때까지 철들지 않고 사는 것을 목표로 살고 있답니다. 아,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의 정인이 되길 꿈꾸며...

◇ 예전에 사랑방에서 자원 활동을 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자원 활동을 할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학교 졸업할 때가 되었는데, 남들처럼 토익이다 뭐다 취업활동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나중에 조금 후회를 하기도 했죠ㅋㅋㅋ) 학교 때 열심히 했던 학생회 활동에서도 조금씩 멀어지면서 소속감이 그립기도 했고, 당시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원대한 야망(?)을 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활동가는 아니지만, 막연히 진보 단체에서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였죠. 집회에 갈 때마다 깃발이 마음에 드는 단체를 염두에 두고 있었죠. 웃겨요. 단체를 고르려고 할 때 깃발이나 단체명을 크게 고려했거든요. 아무튼 집회에 갔다가 거리에서 우연히 사랑방 사람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깃발이랑 이름도 마음에 두고 있었겠다, 상담하기로 하고, 상담 갔다가 그날 바로 사무실 밥 먹고, 밥도 맛있고 인권단체라면서 시크한 사람들도 왠지 맘에 들고 해서 자원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 당시 활동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거리에서의 순간?! 흐흐. 자유권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의 일환으로 국가보안법 세미나를 했던 일, 어렵지만 활동을 하는 데 나름의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기회였고 팀원끼리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또 노숙인 단체와 함께 불심검문 세미나도 진행했었어요. 아, 불심검문 카드도 만들었었네요. 사회권 (갈증팀=물팀ㅋㅋ)팀에서 인사동 거리에서 상수도 민영화 반대 퍼포먼스 했던 것, 물 때문에 고생하게 될 서민으로 분장했는데 복부인 같다는 평을 받았었죠. 그리고 비닐하우스촌의 상수도 실태 조사를 위해 각지의 비닐하우스촌에 인터뷰차 방문했던 적도 있고요. 아침 일찍 학교 앞에서 일제고사 반대 캠페인을 하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인권오름에 '디카로 물구나무 서기' 기사를 연재한 적도 있어요. 영화제나 송년회 준비, 소녀시대 연구하며 워크샵(여름 겨울에 가는 거...) 게임시간 사회 봤던 일도 기억나네요. 그런데 무엇보다 술 먹으러 사랑방 가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하고 술 먹고 놀았던 게 심신에는 가장 강렬하게 각인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하하. 다 적진 못했지만, 사랑방과 함께한 순간들 모두 저에게는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이랍니다.^^ (토 하지 마세요...)

◇ 자원활동을 할 때와 달리 밖에서 후원인으로서 사랑방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고생하겠다... 힘내시길... 그대들이 있어 언젠간 살만해질 거야! 뭐 그런 생각^^;; 자원활동을 그만 두고, 별 다른 일도 없는데 자주 가보지 못하고, 그러면서 후원을 시작하게 돼서 그런지, 전 함께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랍니다.

◇ 지금은 사랑방 활동에 시간내기가 쉽지 않은 직장인인데, 컴백 의사가 있으신지?

있긴 하죠...?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몰라서 문제죠. 왜냐하면 제가 좀 속물 근성이 강한 사람이라, 사랑방 활동을 하면 그래도 좀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자아가 불안정해서 일종의 보호막 같은 게 필요한 거죠. 이 인터뷰에 응하는 지금도 저의 인권감수성은 쭉쭉 사라지고 있는 거 같아요.

◇ 일하면서 어떤 때 뿌듯하거나, 힘든 건지?

야근할 때.

◇ 자원활동을 중단한 이후로 직장 생활을 계속 해왔다고 들었는데, 최근 안산의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보려는 사랑방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어주세요. 그리고 사랑방도 힘내세요. 응원할게요. 지켜볼게요. 이런 형식적인 멘트?^^;

◇ 마지막으로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한마디 남기신다면?

우리 언제 만나 술 한 잔, 그리고 얘기 좀 해요.

그리고 만나게 되면, 올라가기 힘드니 사랑방 언덕 밑에서 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