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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수원 청명고 인권침해 진정 결과 관련 국가인권위 항의방문과 추가 진정

성명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청명고 사건 반쪽자리 탁상 조사에 분노한다


이번에 국가인권위에서 나온 청명고등학교 사건에 대한 판단은, 국가인권위가 최소한의 성실성조차 부족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말았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지난 9월 청명고등학교의 두발규정 개악 및 학생들의 집회․시위에 대한 탄압, 그 과정에서의 소지품 검사 등을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다.(접수번호 06-0002506)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이 사건을 4개월 이상 질질 끌며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다가 이제야 그 내용이 부실한 결정문만 달랑 내놓았다.

국가인권위가 청명고 사건 진정에 내린 결정의 내용은 ▲학교는 두발규정을 민주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만들 것 ▲휴대폰을 거둬서 내용을 본 것과 교칙상의 휴대폰 소지 금지는 인권침해이므로 학교는 교칙을 개정하는 등 시정 조치를 취할 것 ▲담당 교육청은 청명고 교장에게 주의를 내릴 것 등이다. 휴대폰 문제에 대해 통신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을 적용하여 인권적 판단을 내린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이번 진정의 핵심인 집회의 자유 침해 부분에 대해서는 “객관적 증거”가 없어서 기각한다고 이야기했으며, 관련 소지품 검사 등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결정은 정말이지 ‘탁상행정’ 그 자체이다. 국가인권위의 결정문을 보면 진정내용과 학교 측의 그에 대한 서면 답변, 교칙 정도만이 결정을 내리는 데 자료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사건 진정서와 학교 측의 서면 답변, 그리고 교칙 외에는 아무 조사 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또 어떻게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놓고서 집회의 자유 침해 등에 대해서 “이를 사실로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객관적 증거가 없다”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당사자인 청소년들과 교사들의 증언을 듣는 등의 조사 활동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기본임에도 국가인권위는 이런 일을 전혀 하지 않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함에 있어서 학교 측의 답변과 서류에만 의존했다.

결정문의 내용 중에도 불성실한 부분이 많다. 국가인권위는 휴대폰 수거나 소지 금지 등에 대해서는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학교 측 답변 중 소지품 검사를 했고 소지품 검사에서 전단지와 폭죽 등이 나오자 해당 학생에게 그것이 “퇴학”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는 부분이 있음에도, 결정문에서 “전단지 및 폭죽 소지학생 협박 등은 진정 주장외 이를 사실로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객관적 근거가 없다”라고 쓰고 있다. 담당자가 대충 훑어보다가 못 보고 지나치기라도 한 것인가? 게다가 진정 내용 중 집단행동 금지 교칙에 대한 판단은 결정문 어디에도 없다. 국가인권위에 대한 평가에, 직접 사건 조사도 하지 않은 탁상 조사 외에도 대충대충 일 처리까지 추가해야 할 판이다.

두발규제에 대해서도 국가인권위는 “두발 자유는 학생의 기본적 권리이므로, 각급 학교 내에서의 두발 제한과 단속이 교육의 목적상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결정문에서는 단지 두발규정 개정 과정의 절차가 부적절했고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의 목적상 필요 최소한의 범위”, 기본권을 제한할 만한 이유를 가지고 두발규제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판단을 계속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단지 교육의 목적상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두발규제를 하라고 판단을 내리는 기관이 아니다. 국가인권위는 실제 두발규제가 그런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학교 측의 이유가 기본권인 두발자유를 제한할 만한 사유가 되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기관이다. 이를 계속 회피하고 있기에 앞에서는 두발자유가 기본권이고 두발규제는 교육 목적상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지만 뒷부분에서는 그에 대한 판단이 없는, 논리적 결함이 있는 부실한 결정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청명고등학교 사건은 학교가 학생들의 기본권인 두발자유를 두발규제를 통해 침해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자의적으로 더 개악하려고 한 것, 그리고 학생들의 학내시위를 해산시키고 소지품․휴대폰 검사를 통해 시위를 막은 것 등, 학교의 억압적인 인권침해 구조가 백일하에 드러난 사건이다. 이 사건을 국가인권위에 진정하면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두발자유 문제 뿐 아니라 소지품 검사 문제 및 청소년들의 학내시위나 집단행동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진보적이고 인권적인 판단을 기대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일 처리 자체에도 늑장을 부리더니 아예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고 탁상에서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해버렸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이런 일 처리에 분노와 배신감까지 느낀다.

동시에 우리는 부실하게 처리된 결정문에 대해 진정인이 재조사를 요구할 수 없는 국가인권위의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현재와 같은 체계로는 국가인권위의 불성실한 조사로 인해 진정인의 인권이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더라도 이에 대한 시정이 불가능하다. 이는 국가인권위가 스스로 탁상처리에 대한 대비책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런 대비책의 미비와 국가인권위의 안일한 인식이 이번 청명고 결정과 같은 ‘탁상 조사’를 가져왔음이 분명하다. 국가인권위는 재조사 절차를 비롯하여 ‘탁상 조사’의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이번 사건 담당자인 침해구제제1위원회 위원장인 최영애 상임위원은 탁상 조사로 인한 불성실한 결정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1. 현장방문과 피해당사자 조사의 원칙화, 재조사 절차 마련 등을 비롯하여 탁상행정 처리의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

1. 결정문 중 부족하나마 청명고의 인권침해 중단과 재발방지를 촉구한 내용에 대해서는 실효성있는 이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청명고와 경기도 교육청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

1. 추가 진정 내용에 대해 시급히 조사하고, 인권의 원칙에 입각한 결정을 내려라.

2007년 2월 15일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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