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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첫 월급'

미류

첫 월급의 급여명세서를 두달이 지나고서야 들여다보게 됐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면 대학 입학 후 과외를 할 때 받았던 게 첫 월급인 듯도 하네요. 일주일에 두 번씩 과외를 하고, 한달치를 받았는데 말이죠. '월급'이라고 기억되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요?

ㅎㅊ

월급이라, 사실 월급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월급을 받기 전 날이었다. 월급 받아서 뭐하지? 뭐 할까? 엄마한테 걸리지 않고(몰래 알바를 해서..) 돈을 잘 쓰는 법은 무엇일까? 처음 받는 월급이라서 그런지 혼자 무진장 고민을 했다. 그로부터 한 십몇 년이 지난 지금도 사실 월급날의 전날은 떨린다. 대신... 뭐 살지 이런 생각보다, 아 월급 받으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돈을 매꿔야 하지..이런 생각 때문이긴 하지만

정록

과외하고 돈을 손에 쥐었을 때, 참 신났던 것 같다. 뭔가 가욋돈이 생겨서 부담없이 쓸 수 있는 돈이 생긴 기분이랄까. 그래서 월급은 아니었던 듯. 누가 월급을 그렇게 부담없이 쓸 수 있을까....집에서 받는 용돈도 그렇게 부담없이는 못 썼던 것 같다.

세주

내 인생의 첫 월급은 대학때 도서관에서 일하고 받은것. 정확히 월급이다. 1년이나 안짤리고..했는데 매달 정확히 제 날짜에 꼬박꼬박 들어와서 한학기 등록금을 마련해서 잠시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나'를 함께 일할 구성원으로 맞이 해줬다는 기쁨도 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매주 청소하러 다니고 정리하고, 같이 일하던 친구들이랑 아침 같이 먹고 하던게 생각나네..

승은

대학 졸업 후 사회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알바 말고 첫 월급을 받았다. 설마설마 하는 마음으로 액수를 확인하고 나니 눈물이 났다. 알바에도 미치지 못한 참으로 적은 액수였다. 그 돈을 받아들고 계속 운동을 할지 잠시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과외알바를 하면서 벌었던 것은 용돈이지 월급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네요. 제게 첫 월급의 기억은 2006년이 시작될 즈음이에요. 제 이름이 적힌 명함을 난생 처음 갖게 되고 어떤 소속이 생겼다는 느낌, 일종의 '직장' 같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때 받은 급여를 첫 월급으로 기억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때 4개월 정도를 염두하고 일을 했는데, 그때 악착같이 모았던 돈이 제 이름으로 계약했던 첫번째 집의 계약금 일부가 되었어요. 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꿈꾸고 실행하기 위한 준비가 가능한 월급, 누구도 거기에서 제외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유성

아무것도 모르고 회사에서 주는대로 연봉계약하고 받은 첫 월급. 부모님 선물 사드리고 가족들 밥먹고, 처음으로 내 돈으로 내 컴퓨터를 마련했다. 용산 가서 혼자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원하는대로 부품 구성해서 조립한 그 컴퓨터는, 정작 코딩은 안하고 퇴근 후 웹서핑과 게임에만 쓰이다 버려졌다. 불쌍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