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언제쯤 밀양에 평화가 찾아올까요?

어제부터 밀양에서 전해지는 소식이 맘을 꽉 조입니다. 1월 4일 밀양을 다녀왔습니다. 2014년 어떻게 밀양에서 희망을 만들지 서로의 지혜를 모으는 열린 회의가 있었습니다. 오전 9시 대한문에서 모여 4시간여 버스를 타고 밀양에 도착하니 정성스레 준비된 맛있는 떡국,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밀양을 찾은 이들을 반겨주는 밀양주민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어요. 밀양대책위이 자리하고 있는 너른마당 사무실 2층 강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 전남 여수에서 송전탑 때문에 싸우고 있는 주민들, 밀양과 각양각색으로 연대를 이어온 전국 곳곳의 많은 활동가들이었습니다. 2014년 밀양 공사 중단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보면 좋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시간, 지금 공사를 밀어붙이는 속도를 볼 때 봄경에는 주민들이 사는 집, 평생의 땀이 베인 논밭과 축사 부근에 송전탑 공사가 들어올 것이 예상된다는 이야기에 이 겨울이 휘리릭 가버리지 않게 붙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원길 입구 노상에 마련된 고 유한숙 어르신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저녁 추모문화제를 하며 영남루 계단에 가득한 촛불을 보면서 밀양의 아픔을 잊지 말자, 이 아픔이 더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가 희망을 만들자는 다짐을 다시 해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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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도 되지 않아 밀양의 상황은 다급해졌습니다. 공사 현장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한전의 경비 노릇에만 충실한 경찰들과의 충돌로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밀양은 전쟁 같은 시간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다치고 연행된 주민들의 소식이 전해지는데, 내가 만났던 할매 할배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2년 전 이맘 즈음 분신자결하신 이치우 어르신이 말한 무간지옥을 오늘도 주민들은 마주하고 있습니다.

12월 서울시청광장 한켠에 어렵게 어렵게 고 유한숙 어르신의 분향소를 차렸습니다. 영정사진이 깨져도, 추모의 꽃이 짓이겨져도 아랑곳 않는 경찰들과 싸우며 다 부서지고 상처 난 그곳을 눈을 맞으면서 지키면서 어렵게 어렵게 차린 분향소였습니다. 11월 30일 밀양희망버스를 다녀온 직후 들려온 유한숙 어르신의 소식,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 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는 유한숙 어르신이 남긴 이야기처럼 이미 송전탑이 하나둘 들어서는 현재의 상황들은 할매 할배들에게 상상 못할 절망의 무게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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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유한숙 어르신의 유족 분들의 간곡한 호소가 있었습니다. 돌아가신지 한 달이 흘러 49재가 다가오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 제발 공사를 멈춰달라고,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이 왜곡되지 않게 진실을 밝혀달라는 호소였습니다. 무간지옥과 같은 밀양에서 목에 줄을 매달고, 농성장 앞에 구덩이를 파고 목숨을 걸고 싸우는 주민들, 밀양의 할매 할배들이 외롭지 않도록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못하도록 유한숙 어르신의 49재가 되는 1월 25일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담아 2차 밀양희망버스가 출발합니다.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안게 된 밀양, 언제쯤 밀양에 평화가 찾아올까요? 죽음의 송전탑 공사가 중단되도록, 그리고 그날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면 막막하고, 그래서 먹먹해집니다. 그래도 제가, 또 우리가 함께 마주했던 희망의 빛을 떠올리면서, 더 너르고 환하게 빛나길 바라면서 밀양과 마주하려고 합니다.

추운 겨울, 부디 밀양 할매 할배들의 마음이 더는 춥고 외롭지 않길. 그 간절한 바람을 안고 이치우 어르신과 유한숙 어르신이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밀양을 되찾기 위한 싸움에 함께 해주세요. 하루 빨리 무간지옥이 아닌, 따뜻한 햇살이 빼곡히 들어찬 밀양, 평화롭던 일상과 삶이 펼쳐질 밀양에 가고 싶습니다.

* 2차 밀양희망버스 신청 및 밀양의 시시각각 소식은 밀양대책위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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