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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이 선언은 선언문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을 선포하다

2년에 걸쳐 만들어진 416인권선언이 2016년 4월 16일 선포되었다. 세월호 참사 초기 막연하게 제안된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의지를 통해 윤곽을 잡아갔고, 수평적인 풀뿌리토론을 통해 힘을 다지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의 선언이 되게 하기 위한 과정을 밟아온 2년이었다.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되어야 할 것은 하나도 된 것 없이 속수무책 흐른 2년인 듯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을 손에 쥐게 되었다.

 

인권의 힘이 번져가다

 

4.16인권선언은, △세월호 참사를 생명과 안전, 존엄을 해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며, △이와 같은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때에야 우리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인권의 가치와 목록을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기초로 삼아, △우리의 공감과 연대가 존엄을 지켜왔음을 기억하며 진실과 정의를 향한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와 같은 선언을 만드는 과정은 416운동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수평성, 다양성, 자발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주었다. <가만히 있는 자들의 비극>을 쓴 이충진 교수는 416인권선언을 세월호참사의 과제에 응답한 ‘눈에 띄는 성과’라 평가하기도 했다.

 

416인권선언은 누구보다도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권리선언이다. 한 유가족은 416인권선언을 함께 읽는 자리에 참여한 후 이렇게 말했다. “같은 얘기를 해도 그 전에는 유가족이라서 하는 말이라고 우리끼리 얘기하고 말았는데, 이렇게 선언하니까 느낌이 다르네. 당연한 권리라는 생각이 들어.” 인권의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말이었다. 인간의 존엄을 위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서로 끄덕여줄 수 있는 약속의 징표가 된다.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선언할 수 있도록 넉 달에 걸쳐 선언인운동이 진행되었다.

 

작년 12월 416인권선언의 제정 이래 선언인을 모으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SNS를 통해

 

널리 퍼진 노란리본셀카 캠페인은 416인권선언을 알리기도 했지만 2주기를 준비하며 기억하고 약속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사진과 함께 선언문을 담은 포스터는 다양한 장소에 붙었고 만인낭독 프로젝트 <소리내, 인권선언>이 진행되면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읽었다. 해설서 <416인권선언 돋보기>가 제작되어 압축적인 선언문이 세월호 참사의 여러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짚어주기도 했다. 선언이 널리 알려지면서 인권선언은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을 원하는 시민들의 다짐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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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제 416인권선언은 마지막 문장을 되새겨야 한다. “이 선언은 선언문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우리가 다시 말하고 외치고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되어 갈 것이다. 함께 손을 잡자. 함께 행동하자.” 416인권선언이 끊임없이 환기되고 인용되고 참조될 수 있도록 현실의 운동 속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 416인권선언운동의 과제로 남아 있다. 그동안의 제정 과정을 내실 있게 평가하고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과제다. 이 모든 것은 416운동의 지평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416운동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운동을 총칭하는 이름이지만 그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등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건설하는 운동, 민주공화국의 시민역량을 확보하는 운동, 이것을 이루기 위한 조직적 힘을 확보하는 운동으로 설명된다. 세월호참사로 드러난 현실은 무책임한 정치, 이윤 중심의 사회, 언론의 실종, 불평등과 부정의, 혐오와 배제의 구조 등이다. 이때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다른 세상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는 공공성의 강화, 정치의 복원과 민주주의의 회복, 평등과 정의를 지향하는 대안적 가치관, 국가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전면적인 개혁/혁명으로 제시된다.

 

416인권선언 제정 과정을 주관해왔던 416인권선언제정특위는 소임을 다했으므로 해소될 듯하다. 그러나 416인권선언을 통해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한 힘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은 416운동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인권에는 꺼내고 꺼내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다.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로 인권을 읽어내고 이야기를 전해줄 것이다. 그 이야기들은 참사의 고통으로부터 출발하겠지만 고통에 짓눌리지만은 않는 용기를 보여줄 것이다. 그렇게 인간의 존엄을 이뤄가는 시간이 이어지도록, 다시 시작이다.